기업들은 왜 최고의결기구 바로 밑에 ESG위원회를 둘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6.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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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왜 최고의결기구 바로 밑에 ESG위원회를 둘까


기업들이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룹 내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ESG 관련 의사결정을 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26,000원 ▲6,000 +2.73%)SK케미칼 (56,800원 0.00%)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15일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2일엔 금호석유화학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ESG위원회는 ESG 추진전략과 회사의 연간 경영계획 등 중장기 투자 전략을 심의한다.

대기업 ESG위원회 설치 가속화…SK는 인사위원회도 신설
이사회 내 ESG위원회가 그룹 내 ESG 전담 조직과 가장 다른 점은 위원장 및 구성원 대부분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CEO(최고경영자)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ESG 경영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ESG위원회 소속 이사 4명 전원을 사외이사로 두기로 했다. SK케미칼은 ESG위원회를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위원장과 구성원 중 과반은 사외이사로 두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G위원회는 사내이사인 김종현 사장도 참여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4명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했다. 금호석유화학도 ESG위원회 4명 중 3명이 사외이사다.

특히 SK케미칼은 ESG위원회와 함께 '인사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와 유임 여부, 사내이사 보수금액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대표이사에 대한 상시견제를 위해 임기 중 교체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이 역시 ESG 경영 중 'G(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맥락에서 ESG위원회 신설과 일맥상통한다. SK그룹은 그룹 주요 계열사에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그룹 지주사인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등도 이미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와 더불어 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글로벌 ESG 기반 투자·법제화…ESG 대응 못하면 '리스크'
올 들어 기업들이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ESG 경영 법제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실제 ESG 평가를 근거로 투자처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과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과 달리 평가 기준도 객관화되고 있다. 이를 이사회가 직접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관심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EU(유럽연합)의 경우 ESG에 대한 기업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법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관련 정책으로는 △금융기관 투자상품의 지속가능성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지속가능금융공시 규정(SFDR)' △기업활동의 사회·환경 영향을 비재무제표로 공개하는 '비재무정보보고 지침(NFRD)'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하고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분류체계 규정(Taxonomy)' △기업에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보호 현황에 대한 실사의무를 부여하는 '공급망 실사제도(Due diligence)' 등이 있다.

이미 EU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비재무적공시 및 공급망의 환경·인권보호 감독에 대한 자체 규정 수립 등을 통해 ESG 법제화에 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기업의 ESG 정보 추적 시스템도 개발했다. 공급망 실사제도가 시행될 경우 환경, 인권 등에 대한 실사가 가능하며 이를 준수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체인이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도 기업의 ESG 지표 등 비재무적 요인을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030년 ESG 공시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CEO(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올 초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연례 편지를 보내 투자 결정 시 ESG 요소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에 조직을 두는 것보다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두는 것이 보다 객관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ESG 관련 리스크가 많아질텐데 이사회 차원에서 높은 실행력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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