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규제 서울시장이 움켜쥔다..1호 타깃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방윤영 기자 2021.06.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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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 말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 말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도지사의 부동산 정책 파급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법이 바뀌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가 모두 앞당겨지는 게 아니라 시·도지사가 임의대로 규제가 발동하는 '기준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되서다. 지역은 물론 개별 단지까지 정밀 규제가 가능해진다.



특히 강남, 목동, 여의도, 성수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사업이 장기 표류하더라도 기준일 이후엔 조합원 양도가 불가능해져 규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세훈 시장이 법 개정 이후 1호 타깃으로 어느 곳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합원 양도 제한 시·도시자가 정한 '기준일' 이후 발동…강남 재건축 단지 우선 타깃 유력
2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 발표한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시기' 관련 설명 자료에 따르면 법령이 개정되더라도 모든 정비구역에 일괄 적용되지 않고, 시·도지사가 기준일을 정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조합 설립 전',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관리처분 전' 시점에 서울시장이 정한 날짜 직후 조합원 양도가 금지된다.

예컨데 올해 10월 법이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11월 1일 안전진단을 통과한 A단지에 대해 서울시장이 11월 15일을 조합원 양도 제한 기준일로 결정하면 11월 16일 이후 거래된 매물은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된다.

강북 재개발 구역보다 강남, 목동, 여의도 등 고가 재건축 단지부터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조합설립 이전 단계의 일부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려 시장불안이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규제를 남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기세력 유입이 우려되는 곳에 한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기준일을 지정할 계획"이라며 "합리적 가격 수준으로 거래가 되는 지역은 현행 규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 정상 거래된 매물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소급입법 규제가 아니라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1주택 장기보유, 상속·이혼 등 예외 사유는 보완책 마련…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규제 더 강해
기준일 지정 이후에도 5년 이상 거주했거나 10년 이상 보유한 1주택 장기보유자는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상속·이혼에 따른 양도 △근무상, 생업상 사정이나 질병치료 △취업, 결혼, 해외이주로 세대원 모두 이전 △공공·금융기관 채무불이행에 따른 경매·공매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있다.

사업 장기 지연 시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2년 이상 추진위 설립을 신청하지 않거나 추진위 설립 이후 2년 이상 조합설립 신청이 없는 경우에, 재개발은 조합설립 후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거나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경우, 착공 후 3년 이상 준공하지 못한 경우 등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장기지연 사유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에선 인정받지 못한다. 예컨데 2013년 조합이 설립된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장기지연 요건에 해당되지만 법개정 이후 조합원 양도 제한 기준일이 정해지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상속·이혼 등 앞서 나열된 개인적인 예외 사유는 인정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규제 대상을 개별 단지로 할지 특정 지역으로 할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격급등 등 이상징후가 포착된 개별 단지별로 기준일을 정할지 조사 범위를 넓혀 인근 지역까지 확대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원 양도 제한 기준일 지정은 국토부 장관이 시·도지사에 요청할 수도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수용토록 했다. 정부도 시장동향 점검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합원 지위 제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3·4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3·4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재산권 침해 우려 여전…서울시 "더 빠른 재건축 유도 목적"
예외규정을 뒀지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은마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건축 이후 거주할 사람 위주로 손바뀜이 일어났다고 보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자유롭게 거래를 못해 답답하게 묶이는 부분도 많고, 급등한 보유세에 대출도 막아 소득이 적은 은퇴자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목동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이 지역은 학군 수요가 많아 자녀들 공부를 다 시키고 난 이후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고 싶어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며 "실거주 의무, 대출 등 그렇지 않아도 제약들이 너무 많은데 안전진단 통과 후 거래 자체를 못하게 한다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기간동안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규제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근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기준일 설정이 더욱 빠른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날 발표에서 규제 추진 배경과 관련해 "투자수요가 몰려 가격을 끌어 올리는 현상을 억제하고 실거주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므로 빠른 재건축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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