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B씨에게 이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반성하고 있고, 직접 게시물을 지웠다' 등의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며 "여전히 내 사진이 인터넷 공간 어딘가에 남아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매년 5000건 이상…"실제로는 더 많을 것"
/삽화=김지영 디자인기자
이는 신고·적발 된 것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 화장실에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카메라가 설치된 걸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며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촬영하는 것까지 더하면 건수는 당연히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 간 카페, 음식점 등에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워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실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엔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액자 사진이 담긴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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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까지 가는데 드는 비용·시간에 대한 부담과 2차 피해가 두려워 신고 단계에서부터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서승희 한국성폭력 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물 피해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된 분도 있었고,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분도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했을 때 주변인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까지 주목…'변형 카메라법' 필요
운전연수 강사 최모씨가 운전석 밑에 설치했던 불법촬영 카메라 /사진=이재희 변호사 제공
최근 발생한 '운전연수 강사 몰카'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하는 어려움을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대부분 범행자들은 의심한다 싶으면 바로 증거를 지운다"면서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가져가 사진, 영상을 수집했다가는 증거능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구속된 강사 최모씨 역시 범행이 발각될 당시 차량 운전석 밑에 설치했던 카메라를 이미 떼서 숨긴 상태였다.
이에 일각에선 '변형 카메라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범죄에 사용되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구매대행 등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불법촬영 범죄를 사전에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19~20대 국회에서 4건이나 발의됐지만 검토도 이뤄지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규제를 통한 개인 사생활 보호 측면과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21대 국회에도 '변형 카메라 관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전문가들 "소비 행위에 대한 확실한 처벌"
/삽화=뉴스1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하는 사범은 징역 10개월~징역 2년에 처하고 상습범이나 가중처벌 요소가 있으면 최대 징역 6년 9개월까지 선고 가능하다. 성인 불법 촬영물 소지 사범의 경우 징역 6개월~1년이 기본 형량으로 권고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을 제작 및 유통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소지·시청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지만 생태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가령 미국은 불법촬영물 광고를 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제작자만큼 엄중하게 처벌 한다"고 말했다.
이어"얼굴이 나오지 않은 촬영물의 경우 감경요소가 되는데, 얼굴이 나오는 경우 되레 가중처벌이 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도 물리적 피해를 입어야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만큼 처벌의 중대성 못지않게 처벌이 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