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손 볼수록 고와져" "여자는 적"…성차별 문구 보낸 '급식봇'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6.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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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채널 '오늘급식'이 식단과 함께 보낸 '오늘의 명언'에 성차별적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카카오톡 채널 '오늘급식'이 식단과 함께 보낸 '오늘의 명언'에 성차별적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교 급식 식단을 안내해주는 카카오톡 채널이 학생들에게 성차별적 문구를 함께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카오톡 채널 '오늘급식'이 보낸 '오늘의 명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 누리꾼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해당 채널에서 급식 식단과 함께 보내는 '오늘의 명언'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수차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오늘급식'은 카카오톡에서 친구 추가를 한 뒤 학교를 등록하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챗봇이 급식 식단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급식봇'으로 불리는 '오늘급식'은 초·중·고교생 42만명이 친구로 등록해 사용중이다.



'오늘급식'이 보낸 문구에는 "아내와 집은 손을 볼수록 고와진다" "말 수가 적고 친절한 것은 여성의 가장 좋은 장식이다" "암탉이 새벽을 알렸다면 그 집안은 음양이 바뀌어서 불길하게 되리라" "여성이 어리석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전능하신 하느님이 남자와 어울리게 만드셨기 때문에" "남자끼리는 원래 서로가 무관심한 것이지만 여자란 태어나면서부터 적이다" "살림을 못하는 여자는 집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으며 집에서 행복하지 못한 여자는 어디를 가도 행복할 수 없다" 등 성차별적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이 중에는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등 17~19세기 철학자와 소설가 등이 남긴 말도 포함됐다.



이 같은 문구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낀 학생들은 '오늘급식' 네이버밴드에 항의 글을 남겼다.

지난 19일 한 학생은 '오늘의 명언' 선정 기준에 대해 물으며 "10대 청소년들이 이 명언을 보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옛날이라면 이러한 모멸적인 말이 당연하게 통용됐지만 지금은 2021년"이라며 "데이트 폭행과 가정폭력이 만연하는 사회에 이게 무슨 명언이고 교훈을 주나"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늘급식' 운영자는 "선정기준은 따로 없고 더 이상 오늘의 명언을 보내지 않겠다"는 댓글을 남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해당 항의글은 삭제됐으나 '오늘급식' 운영자는 지난 20일 네이버 밴드 한 게시글 댓글을 통해 "'오늘의 명언'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고 알렸다. 성차별 문구에 대한 별다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 학생도 특정 '오늘의 명언'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톨스토이의 명언을 언급하며 "톨스토이의 명언이더라도 다수의 학생이 이용하는 계정에서는 부적절한 문구"라며 "부디 저 글귀는 명언에서 삭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오늘급식' 운영자는 "톨스토이 명언은 삭제했다"는 내용의 답변만 짧게 남겼다.

성차별 문구를 명언으로 선정한 이유와 관련 '오늘급식'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전화기의 전원이 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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