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키워낸 '랩센트럴' 사업에 지자체 11곳 유치 경쟁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6.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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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국내 첫 도입 물량 약 5만 5000회분이 1일 오후 충북 오창읍의 GC녹십자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2021.6.1/뉴스1  (오창=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국내 첫 도입 물량 약 5만 5000회분이 1일 오후 충북 오창읍의 GC녹십자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2021.6.1/뉴스1


정부가 '한국형 모더나'를 키우기 위해 다음달 'K-바이오 랩허브'를 조성한다. 시도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가 모더나 같은 바이오 벤처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11개 지자체가 K-바이오 랩허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강원, 경기, 경남, 충북, 경북, 전남, 전북, 대전, 대구, 부산, 제주, 인천 등 12곳이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고 이후 대구와 경북이 단일화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했다. 총 2500억원의 국고가 지원돼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에 출사표를 냈다. 중기부는 후보지의 △후보 부지의 적정성 △사업 운용과 지원계획의 타당성 △주변 인프라와 지자체의 지원역량 등을 중점 평가해 오는 7월 내 선정할 예정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K-바이오 랩허브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는 타 산업과 달리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 "효과적으로 조성한다면 먼저 앞서간 선배 기업이 클러스터 내 '후배'들에게 임상, 특허 등에 대해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산업이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산업 내 수직계열화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는다. 규모를 키워 대기업이 된다고 해서 부품을 납품하거나 하청업체를 갖지 않는다. 서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경쟁해야 하는 전통 제조업과 달리 벤처끼리 협력할 수 있는 문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바이오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창업을 하고 몸집을 키운 이후에 선배 기업들의 멘토링과 도움을 받기 위해 연구 단지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면서 "효과적으로 K-바이오 랩허브를 구축하고 운영한다면 한국에서도 모더나 같은 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고 했다.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는 전국 15개 시도에서 25개 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다. 업계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서 넓은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여러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지자체들은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실제 산업의 경쟁력 등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바이오 랩허브 역시 이 같은 클러스터의 하나에 그친다면 한국형 모더나는 커녕 업계 내 시너지 발휘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더나가 나온 미국 보스턴의 랩센트럴은 바이오 벤처가 필요한 연구장비와 실험기기 등 설비를 모두 갖추고, 창업 신고나 인·허가 등 모든 행정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는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벤처 캐피털도 연결해준다.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과 임상 등 주어진 과제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역량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클러스터 개념이 전국적으로 너무 산재 돼 있어서 이제까지는 경쟁력을 갖춘 단지로 보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업계가 열악했을 때 건물만 갖춰서 '바이오 테크'라는 이름을 붙이곤 했었는데 그 정도 규모라면 업계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면서 "시도에서는 지원이 어느 규모로 언제까지 되는지가 제일 큰 관심인데 이를 넘어서야 한다. 업계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창업, 연구개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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