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장바구니'에 담는다...KB증권 '바닐라' 앱 써보니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6.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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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장바구니'에 담는다...KB증권 '바닐라' 앱 써보니


KB증권과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줌인터넷이 합작해 만든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바닐라(vanila)'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9월 KB증권과 줌인터넷은 테크핀 기업 '프로젝트 바닐라'를 만들었고, 9개월만에 MTS가 출시됐다.

바닐라는 주식 초보자인 '주린이'를 겨냥해 만든 앱이다. 누구나 쉽게 쇼핑을 하듯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증권사 MTS와 비교해 복잡한 카테고리를 대폭 줄였다.



지난 15일 안드로이드에 베타버전(무료로 배포해 제품 테스트와 오류 수정에 사용되는 제품)이 출시됐다.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iOS용 앱은 다음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 1000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22일 처음 써 본 바닐라 앱은 토스증권 MTS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복잡한 차트를 다 없앴고 최대한 간소화했다. 단 파랑색의 깨끗한 느낌을 강조한 토스증권과 다르게 바닐라는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읽을거리가 풍부했다.



바닐라의 가장 큰 특징은 세가지다. 간편한 가입과 계좌 개설 과정이다. KB증권 계좌가 있다면 그 계좌를 연동해 쓰면 된다. 실제 새로 앱을 깔고 계좌 연동하는데까지 10분이 채 안걸렸다. 향후 타 증권사 계좌와도 연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식도 '장바구니'에 담는다...KB증권 '바닐라' 앱 써보니
토스와 마찬가지로 '매수', '매도'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거래하기', '구매하기'로 표현됐다. 봉차트가 아래 작게 그려져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 그래프를 사용한다. 종목을 누르면 토스와 비슷한 화면 구성을 띄고 있다. 어제보다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최저/최고가격, 사고싶어요/팔고싶어요 지표를 백분율 기준으로 만들었다.

이외 회사소개, 대표 브랜드·상품, 최근 1년 최저가, 최고가, 시가총액 등을 간단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기업정보를 누르면 분기,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 PER(주가이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EPS(주당순이익) 등을 보면 된다.


바닐라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은 '바닐라픽'이다. 바닐라픽은 종목을 선택하고 검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 투자자를 위해 만든 추천 콘텐츠다. 기존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다른 흥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우쥬 라이크 우주, 백신여권으로 떠나요? 개 맛있는 세상' 등 최근 뜨고 있는 산업을 테마로 잡아 바닐라가 추천해준다. 종목이 아닌 산업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산업이 왜 뜨거운지, 어떤 기업들이 관련돼 있는지 설명돼 있다. 가령 '개 맛있는 세상'은 반려인구 1500만 시대, 판 커지는 펫푸드 시장을 표현한 콘텐츠다. 풀무원, 동원F&B, 우성사료, 이글벳 등 관련 종목을 소개했다. 이 종목들이 세달 전보다 수익률이 얼마나 늘었는지 평균치를 보여주면서 산업의 이해도를 높인다. 바닐라픽은 장기투자, 단기투자, 오늘의 추천, NEW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프로젝트바닐라 관계자는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충은 뭘 사야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기존 MTS에서 리서치센터 리포트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이를 보기도 알아듣기도 어렵다. 이 같은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바닐라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식도 '장바구니'에 담는다...KB증권 '바닐라' 앱 써보니
이렇게 소개된 종목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다. 총 10개 종목을 시장가로 한주씩 담으면 총 얼마인지가 나온다. 각 종목별로 주식 수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이 '장바구니' 기능도 기존 MTS에서 볼 수 없던 기능이다. 쇼핑 상품을 담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처럼 여러 종목을 한 번에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장바구니로 한꺼번에 종목을 구매할 때는 시장가로만 구매할 수 있다. 지정가로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종목을 하나씩 선택해 따로따로 구매해야 한다.

토스증권과 마찬가지로 코스피, 코스닥 등 전체 주가 흐름은 볼 수 없다. 주식 초보자들이 굳이 주가 흐름을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직 ETF(상장지수펀드), 해외주식은 거래할 수 없다. 내년 초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재 바닐라 앱 안드로이드 버전 평점도 5점 만점에 4.5로 높은 편이다. 사용자들은 "종목을 보기 쉽게 분류해서 좋다. 예쁘고 쉽게 정리했다. 인터페이스가 깔끔하다. 투자트렌드를 알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반면 "잘 튕긴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등의 비판도 있다.

프로젝트바닐라 관계자는 "이제 첫 걸음을 내딘 상태"라며 "금융서비스다 보니 최대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정성 테스트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더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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