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연차에도 눈총"…대체공휴일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6.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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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만 쉬는 날이 대체공휴일인가요?"

경기 성남의 한 판매업체에 근무하는 이용훈씨(30)는 대체공휴일 확대 소식이 남의 일만 같다. 최근 연차를 쓰기 위해 사장에게 이야기했으나 '바쁜 시기에 꼭 쉬어야 하느냐'며 눈총을 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연차도 눈치를 봐야 하는데 대체공휴일에 쉬는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작은 회사는 '빨간날'이 늘어나도 우울하기만 하다"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체공휴일 확대 법률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영세 사업장은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휴일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휴일이 늘어나면 비용 부담이 커져 정부의 별도 지원책 없이는 공휴일 확대가 어렵다고 말한다.



소규모 업장도, 자영업자도 대체공휴일은 '그림의 떡'…"수당도 못 받는데"
9일 광화문 일대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2021.6.9/사진 = 뉴스19일 광화문 일대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2021.6.9/사진 = 뉴스1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근로기준법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공휴일 적용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대체공휴일 확대 입법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적용 대상으로 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광복절부터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단체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6%인 360여만명에 달한다. 이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공휴일 확대 여부와 관계없이 업주의 재량에 따라 '빨간 날' 여부가 결정된다. 대체공휴일에 노동자들이 출근하더라도 추가수당을 받지 못한다.



경기도의 한 식품공장에 근무하는 이모씨(32)는 최근 직장 상사에게 '대체공휴일에도 출근해 일해야 할 것 같다'는 언질을 받았다. 이씨는 "대우가 대기업에 못지 않다고 자랑하던 회사가 대체공휴일은커녕 '백신 휴가'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공무원 친구가 벌써부터 '함께 1박2일 여행 가자'고 말하던데 난감하다"고 했다.

자영업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체공휴일이 지정되더라도 손님이 매출로 직결되는 업종의 경우 하루라도 근무를 쉬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쉴 수는 있지만 그날치 수당은 고스란히 사라진다"며 "식당은 여는 날만큼 벌기 때문에 휴일이 늘어난다고 특별히 더 쉬지는 못한다"고 했다.

"대체공휴일 쉬면 비용 부담 늘어…업주들 의견은 안 듣나"
/사진 = 뉴스1/사진 = 뉴스1
정부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체공휴일 확대 관련법률안 8개를 일괄 심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설·추석·어린이날에만 부여하는 대체공휴일을 광복절·개천절·한글날·크리스마스 등 모든 공휴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기부·고용부 등 정부 부처가 소규모 영세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업주들은 지원책 없는 대체공휴일 확대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화성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정모씨(40)는 "백신휴가나 대체공휴일 확대 모두 영세사업장 업주들의 의견은 빠진 채 고용인들 의견만 듣고 밀어부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 고용을 유지하기도 벅찬데 하루 쉴 때마다 업체 부담이 얼마나 느는지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일부 업종에서는 대체공휴일이 늘어날 경우 비용 부담과 수익 감소 등 업주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여행·요식업 등 당장 손님을 받아야 하는 업주들의 경우에는 대체공휴일을 환영할 수 있겠으나 추가수당 없이 일해야 하는 고용인들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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