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의 한 판매업체에 근무하는 이용훈씨(30)는 대체공휴일 확대 소식이 남의 일만 같다. 최근 연차를 쓰기 위해 사장에게 이야기했으나 '바쁜 시기에 꼭 쉬어야 하느냐'며 눈총을 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연차도 눈치를 봐야 하는데 대체공휴일에 쉬는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작은 회사는 '빨간날'이 늘어나도 우울하기만 하다"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체공휴일 확대 법률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영세 사업장은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휴일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휴일이 늘어나면 비용 부담이 커져 정부의 별도 지원책 없이는 공휴일 확대가 어렵다고 말한다.
9일 광화문 일대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2021.6.9/사진 = 뉴스1
단체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6%인 360여만명에 달한다. 이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공휴일 확대 여부와 관계없이 업주의 재량에 따라 '빨간 날' 여부가 결정된다. 대체공휴일에 노동자들이 출근하더라도 추가수당을 받지 못한다.
자영업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체공휴일이 지정되더라도 손님이 매출로 직결되는 업종의 경우 하루라도 근무를 쉬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쉴 수는 있지만 그날치 수당은 고스란히 사라진다"며 "식당은 여는 날만큼 벌기 때문에 휴일이 늘어난다고 특별히 더 쉬지는 못한다"고 했다.
"대체공휴일 쉬면 비용 부담 늘어…업주들 의견은 안 듣나"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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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은 지원책 없는 대체공휴일 확대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화성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정모씨(40)는 "백신휴가나 대체공휴일 확대 모두 영세사업장 업주들의 의견은 빠진 채 고용인들 의견만 듣고 밀어부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 고용을 유지하기도 벅찬데 하루 쉴 때마다 업체 부담이 얼마나 느는지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일부 업종에서는 대체공휴일이 늘어날 경우 비용 부담과 수익 감소 등 업주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여행·요식업 등 당장 손님을 받아야 하는 업주들의 경우에는 대체공휴일을 환영할 수 있겠으나 추가수당 없이 일해야 하는 고용인들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