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파운드리 전략 '8인치·팹리스'…TSMC 닮은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6.21 14:52
글자크기
SK의 파운드리 전략 '8인치·팹리스'…TSMC 닮은꼴


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력직 채용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키워드는 8인치와 중소형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만 TSMC와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에 비해 뒤늦었지만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파운드리 본격 투자 시동…키파운드리 완전인수 초읽기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이달 중순 8인치 파운드리업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직을 대상으로 채용 모집 공고를 냈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과 업체별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 영향성 등을 파악하는 업무와 관련한 채용 절차다.

업계에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달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과 맞물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별도로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채용이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사업기회와 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새마을금고와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투자한 키파운드리 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현재 확보한 키파운드리 지분은 49.8%다. 다만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키파운드리는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독립한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부문이 지난해 9월 분사해 설립된 업체다. 파운드리 공정이 8인치(200㎜) 웨이퍼 공정으로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같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현재 생산량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장 수준으로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전체 생산능력이 월 18만장 수준으로 늘어난다. 박 부회장이 언급한 '생산능력 2배 확대'가 키파운드리 인수와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인치 틈새시장 공략…반도체 품귀가 빚은 복고
8인치 파운드리 공정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한물 간 기술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생산량이 2배 이상 높은 12인치(300㎜) 웨이퍼가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선두업체의 주요 공정을 꿰찼다. SK하이닉스도 D램과 낸드플래시 제조공정에서는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한다.

경쟁력을 잃어가던 8인치 웨이퍼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시스템반도체 시장 성장세와 맞물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쏟아지는 다양한 반도체 설계·제조 수요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8인치 생산라인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도 8인치 공정으로 제작된다.

12인치 웨이퍼는 생산성이 높지만 원가도 높기 때문에 이미지센서나 통신칩 같은 저부가가치 반도체를 만들기엔 수익이 맞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기술을 좇아 선두권업체가 12인치 공정으로 옮겨가면서 8인치 공정이 품귀현상을 빚게 된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파운드리에서도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팹리스 생태계 육성…TSMC 성공방정식 추격
SK하이닉스가 노리는 또다른 지점은 국내 팹리스 시장이다. 크게 팹리스, 파운드리, 메모리로 나뉘는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상황은 유독 팹리스에 취약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나마 명함을 내밀만한 업체가 최근 LG그룹에서 계열분리 수순을 밟고 있는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 정도에 그친다.

TSMC의 경우 자국 내 팹리스와 동반성장을 통해 파운드리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모바일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세계 점유율 1위인 미디어텍이 대만 팹리스다. 대만은 세계 팹리스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강국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내 팹리스가 파운드리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첨단공정 파운드리가 대부분 퀄컴이나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리더급 팹리스의 무대이다 보니 국내 중소형 팹리스가 시제품 생산에 이런 시설을 활용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이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중소형 팹리스와 보조를 맞춘다면 시장 수요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인사는 "박 부회장도 지난달 이런 상황에 공감하는 발언을 내놨다"며 "SK하이닉스의 뒤늦은 파운드리 참전이 어쩌면 가장 시기적절한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