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소환한 유재석, 원빈도 섭외도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6.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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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사진제공=MBC


가수 나얼이 20년 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TV에 출연했다는 의미다. 사실 ‘브라운관’이라는 표현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 OLED 패널이 대세인 지금, 더 이상 브라운관 TV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년 전 브라운관 TV에 등장한 후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나얼이 20년이 흐른 후 OLED TV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왜 ‘놀면 뭐하니?’였을까?

나얼의 지명도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소위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로 불리는 대한민국 4대 보컬 중 한 명이다. 그 중에서 TV 출연이 가장 뜸하기로 유명하다.

19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나얼은 그가 속한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영준과 함께 등장했다. ‘놀면 뭐하니?’가 추진 중인 MSG워너비 프로젝트의 일환인 그룹 정상동기의 데뷔곡인 ‘나를 아는 사람’의 프로듀서 자격이었다.

정상동기의 멤버인 이동휘가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줬다. "궁금한 게, 쉽게 곡을 주시는 분들이 아닌데 곡을 주신 이유는 따로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나얼은 "중창단이라는 이슈가 한 번도 우리나라에선 없었던 것 같은데 프로그램을 통해 붐업되다 보니 반가웠다. 우리는 중창단을 사랑해서 지금까지 온 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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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면, 나얼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다. 1999년 4인조 보컬그룹 앤썸으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고, 2001년에는 윤건과 함께 2인조 그룹 브라운아이즈를 결성했다. 이후 2003년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로 다시 시작한 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간간이 솔로곡도 발표했지만 중창단의 멤버로서 그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방송된 ‘놀면 뭐하니?’는 나얼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뮤지션이지만, 정작 그가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많이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사람’의 가이드보컬로 직접 나섰던 나얼은 "제가 목이 안 좋아서 살살 부른 거라 편하게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고, "세게 불러도 괜찮냐?"고 묻는 사이먼디에게 "괜찮다. 중창이기 때문에 다같이 세게 불러주면 멋있다"라고 독려했다.

이날 나얼은 가수보다도 프로듀서의 역량이 돋보였다. 브라운아이드소울 내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단단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얼은 "리듬을 타야 한다", "경직된 느낌을 없애라. 노래할 때 너무 빳빳하게 서지 마라"고 코치했다. 후렴구를 어려워하는 멤버들에게 나얼이 "왜 이 부분을 어려워하지?"라며 한 음절씩 설명하자 영준은 "오늘 굉장히 따뜻한 디렉팅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기분 되게 좋다"고 말했다. 평소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들도 녹음할 때 나얼이 얼마나 대쪽같은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나얼의 모습이 생소한 건 20년 만에 그를 TV에서 본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그와 함께 한 영준은 "나얼의 반응이 신기하다. 자기도 힘들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좋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보컬의 대가 앞에서 어렵사리 녹음을 마친 이동휘는 "녹음실에서 나가기 싫더라. 나얼이 흥얼거리는 걸 코앞에서 들으니까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는 나얼의 모습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은 시청자도 매한가지였다. 뻔한 얼굴과 진부한 설정, 이야기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대중에게 나얼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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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재석이었을까?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은 "제가 30년 동안 방송하면서 나얼, 원빈 두 분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얼이 얼마나 TV 출연을 꺼렸는지 알 수 있는 한 마디다. 그럼에도 그가 ‘놀면 뭐하니?’를 택한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중창단이라는 소재에 공감을 표한 것과 더불어, 진행자가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그 동안 숱한 스타들을 TV로 소환했다. 앞서 ‘무한도전’ 시절에는 HOT, 젝스키스 재결성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터보·SES·이정현·엄정화 등을 무대 위로 올린 ‘토토가’로 1990년대 음악 열풍을 재점화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선수 티에리 앙리, 스테픈 커리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이슈 메이커인 패리스 힐튼 등도 내한했을 때 유재석을 찾았다. 이 외에도 그는 JTBC ‘슈가맨’을 통해 잊혔던 스타들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들이 유재석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오랜 기간 활동하지 않았던 이들이 다시 TV에 등장할 때는 당연히 화제가 되길 바란다. 큰 마음 먹고 TV 출연을 결심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그만큼 비참한 일도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자신의 컴백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프로그램과 진행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 대상이 과거에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이었다면 이제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라 할 수 있다. 나얼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TV 나들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스타들이 영화나 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홍보 차원에서 예능 나들이에 나선다. 그들 중 적잖은 이들이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 이전에도 ‘런닝맨’·‘해피투게더’·‘놀러와’ 등에 좀처럼 예능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이 출연했다. 두문불출의 대명사인 가수 서태지 역시 그가 진행하는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던 것을 고려하면 유재석의 위상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이쯤에서 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그는 원빈까지 TV 앞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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