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잔여백신, 왜 안보이나 했더니…"매크로 돌려 예약했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박다영 기자 2021.06.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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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온라인에서 유포되고 있는 잔여백신 예약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시험 작동해본 모습. 자동업데이트가 이뤄진다/사진=머니투데이 21일 온라인에서 유포되고 있는 잔여백신 예약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시험 작동해본 모습. 자동업데이트가 이뤄진다/사진=머니투데이
잔여백신 온라인 예약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백신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가운데 잔여백신을 자동으로 예약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배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일부 개발자가 배포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잔여백신 등록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IT(정보통신) 전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는 한 유저가 매크로 코드를 PC의 웹브라우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자동 새로고침' 방법을 공유한데 이어 최근 한 유튜버는 아예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법 동영상과 함께 배포하고 있다. 이는 PC상에서 잔여백신 예약이 가능한 네이버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잔여백신 예약페이지의 새로고침과 예약 신청을 자동으로 순간 처리하는 방식이다. 매크로는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번 해야할 동작을 한번의 클릭으로 자동실행하는 코드나 프로그램이다. 당초 이용자 편의를 위해 고안됐지만 열차나 공연티켓 등의 부정 예매, 드루킹 사건에서처럼 댓글 추천수 조작에 악용되기도 했다.

실제 유튜브 채널의 프로그램을 공유 받은 이용자들은 "덕분에 예약에 성공해서 백신을 맞고 왔다", "일주일 넘게 예약에 실패하다가 프로그램으로 예약에 성공했다" 등 실제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잔여백신을 예약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광주 북구 북구청 직원이 휴대전화로 백신 잔여분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광주 북구청 제공) 광주 북구 북구청 직원이 휴대전화로 백신 잔여분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광주 북구청 제공)


방역당국 문제소지 있지만...불법여부 뚜렷하지 않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톡 앱을 이용해 아스트라제네카·얀센을 접종한 인원은 누적 25만2239명으로 집계된다. 잔여백신 실시간 예약 서비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잔여백신 발생량에 비해 백신접종 희망자가 훨씬 많아 백신 예약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일주일 넘게 위탁병원 '잔여백신 알림'을 신청해놨지만 알림이 떠도 신청자가 순식간에 몰려 백신을 놓치기 일쑤다. 일반예약자는 잔여백신 알림을 확인하고 예약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몇 초가량이 소요되는만큼 매크로와 백신예약 경합에서 당해낼 수 없다.


이와관련 매크로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만큼 불법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매크로 프로그램 때문에 직접 예약하는 대다수의 접종 희망자들이 예약에 실패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한 누리꾼은 "매크로 돌린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나 아이돌 공연 티켓을 예약하는 행위는 경찰의 집중 단속 대상이기도 하다. 경찰은 사안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수사한다. 과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되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더욱이 매크로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플랫폼 운영서버에 서버 부담을 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여지가 있고, 매크로 프로그램에 랜섬웨어같은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이같은 행위가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한 사람이 백신을 여러번 맞을 수는 없기 때문에 법위반 여부는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접종 예약을 여러번 시도하더라도 접종을 받은 이후에는 추가 유인이 없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나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IT 기업들에 매크로 차단을 요청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모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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