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탈퇴' 17만건…노동환경·김범석의장 비판 커진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6.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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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탈퇴' 17만건…노동환경·김범석의장 비판 커진다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과정에서 실종됐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고(故) 김동식 소방경이 사망하면서 쿠팡의 물류센터 안전불감증, 노동자 처우 문제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오후 5시 현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랜드 1위로 올라 있다. 같은 시간 '쿠팡 탈퇴'와 관련된 내용만 16만7000여건이 올라있다. 이용자들이 쿠팡 탈퇴 화면을 인증샷으로 남기거나 탈퇴 방법을 공유한 글이 대부분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기업이 달라질 수 없다면 소비자가 달라져 문제 기업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는 이용하고 싶지도 않다" 등의 글과 함께 #쿠팡탈퇴 #쿠팡불매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물류센터 화재 당일 김범석 창업자 겸 등기이사가 사임을 발표했는데 이는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이처럼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으며, 소비자가 '쿠팡 탈퇴'를 통해 사회로부터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 17일 쿠팡의 국내 법인인 쿠팡주식회사(이하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이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뒤 같은 해 12월에도 쿠팡㈜ 공동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전력이 있다. 또 일부에선 김 의장이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임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쿠팡은 지난해 기준 자산 5조8000억원으로 자산 5조원 기준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원회가 '동일인'(총수)로 김 의장이 아닌 쿠팡(주)를 지정했지만, 향후 총수 지정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사회 의장, 등기이사 직까지 모두 사임하며 총수 지정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현장에서 쿠팡은 물류센터 내 현장 근로자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최초 화재 발견자가 화재 신고를 하지 못해 소방서 신고가 지연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응2단계에선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게 된다. 고 김동식 구조대장은 소방당국이 진압 대응수준을 상향하면서 자신이 근무하던 소방서로도 지원 요청이 들어와 현장으로 급파된 구조 인력이다.

하지만 오전 8시 14분 초진에 성공한 뒤 잔불정리 중이던 같은날 오전 11시49분 내부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당국은 낮 12시15분을 기해 대응2단계를 재발령했다.

소방당국은 물류창고 건물 내부 선반에 쌓여있던 택배 물품 등 가연물이 무너지면서 주변에 있던 잔불로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이 불이 재연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018년 물류센터 내부에서 화재가 의심되는 연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보다는 근무지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현장 관리자가 지시한 적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선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막으려 스프링클러를 인위적으로 잠궜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물류센터에는 수많은 전기 장치가 설치된 데다 먼지까지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지고,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정도 일찍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가 있었지만 쿠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날 임직원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덕평 물류센터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故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쿠팡은 "저희 회사는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겠다"며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 회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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