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8년 전 '노 소령 성추행 사건'을 맡았던 군 판사 출신 강석민 변호사(51·군법무관 14회)는 최근 공군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 소령 사건은 피해자 오모 대위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었다.
오 대위는 직속상관이었던 노 소령의 성추행과 괴롭힘에 시달리다 2013년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에서 강 변호사는 오 대위 측의 변호를 담당했고 노 소령은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강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해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하는 그런 구조였다"며 "군대의 조직적인 구조적인 문화가 그대로 답습돼 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노 소령 사건 재판에서 관할부대인 15사단은 1심 과정에서 가혹행위의 중요증거로 지목됐던 부대 출입기록, 근무기록을 제때 제출하지 않아 사건 은폐 의혹을 샀다. 1심 보통군사법원은 노 소령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 이후 면죄부 논란이 일었고, 2심에서 강 변호사의 심리부검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2년 판결이 나왔다.
군 내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근절 방안을 묻자 강 변호사는 "피해자를 피해자로서 보호하거나 처우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 "계급이 높거나 지위가 높으면 잘 대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차별하는 반인권적 문화가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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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민간이 관여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군 조직에서 어느 정도 무마, 은폐한 것으로 보여지는 이번 사건을 다시 군에서 수사한다는 게 (적정하지 않다)"라며 "군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돼 있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했다.
이는 굳이 군사법원에서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일반 형사사건은 사법부로 넘기는 방안도 포함한다고 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또 사건 발생 때부터 사건 처리 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옴부즈만 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군사법원 판결, 특히 성폭력 사건 판결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강 변호사는 "군사법원이 성 범죄에 관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 변호사는 "전문성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군 판사가 순환보직이기 때문이다. 판사의 임무만 계속 해온 게 아니고 군 검사도 하다가 법무참모도 하다가 군 법무관이 할 수 있는 군내 여러 보직을 맡다가 군 판사를 하게 된다"며 "그 사건 중에서도 성 범죄 사건을 만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군사법원 전문성이 부족해 더 문제고, 그런 부분이 자연스레 성인지 감수성 문제까지 관여가 되기 때문에 군사법원 판결이 민간 판결보다 형량이 줄어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2003년 육군 법무관 근무 이후 육군 제9군단 검찰관, 제3군단 군판사, 제2군단 국가배상심의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법무팀장을 지냈다. 현재는 법무법인 백상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