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이들에 희망되길"…'22년만의 첫 주연' 조우진의 눈물(종합) [N인터뷰]

뉴스1 제공 2021.06.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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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일전 단두대 매치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이 십분 공감됩니다."



배우 조우진은 표현력과 언어 구사력이 좋다. 영화 '발신제한'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단두대 매치를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을 언급해 웃음을 줬다. 그만큼 긴장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조우진이 긴장을 하는 이유는 '발신제한'이 올해 나오는 첫번째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일 뿐 아니라 22년만에 '배우 조우진'의 이름을 맨앞에 내세운, 단독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9번 타자인 줄 알고 타석에 나섰는데 1번이네, 딱 그런 느낌이에요. 선발 투수? 투수로 따지면 그런 느낌일 거예요. 6선발, 5선발인 줄알았는데 개막전인거죠. 살이 떨리고 구름 위에 붕붕 떠 있는 것 같고 멘탈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가 싶기도 한데, 최대한 열심히 홍보하고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오실 수 있게 제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죠."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고, 의문의 남자에게 차에 폭탄이 돼 있다는 내용의 협박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배우 조우진이 위기에 빠진 은행센터장 성규 역을 맡았고, 이재인이 아빠와 함께 등굣길에 나선 성규의 딸 혜인을 연기했다. 또 진경이 폭발물 처리반 리더 반팀장을 연기했다.

처음 '발신제한'에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조우진은 한 차례 거절을 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겁이 났어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너무 컸죠. 시나리오의 만듦새가 어떻고 역할이 들고 아니고 하는 문제는 절대 아니었어요. 겁이 많이 났어요. 해내기 쉽지 않은 감정선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게 자신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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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던 조우진을 결심으로 이끈 것은 편집 감독에서 연출자로 데뷔하는 김창주 감독의 눈빛이었다. 그는 김 감독이 함께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듯한 열정적인 눈빛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신과 함께 제대로 이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하는 그런 열정이 끓는 눈을 봤어요. 그때 그 얼굴을 보고 손을 덥썩 잡았죠. 용암과도 같은 작품인데 '당신만 오케이 하면 다같이 가겠다'면서, 감독님과 두 분의 제작자들이 열정을 담아 말해주셨고, '알겠습니다' 해서 시작을 하게 됐죠."

단독 주연이라는 무게감은 역할이 주는 부담감과 합쳐져 큰 무게로 다가왔다. 폭발물이 설치된 차 안에서 자신과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성규의 압박과 모두가 바라보는 '주연 배우 조우진'의 압박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현장에 나가보니 모든 스태프와 감독님이 저만 보고 있었어요. 첫 단독 주연일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장면을 책임져야 하다보니까 '누는 되지 말자' 싶었어요. 같이 땀 흘리고 뛰는데 다같이 고생하는데 최대한 이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죠. 영화를 같이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보니 거기서 어깨에 무거운 짐이 느껴졌고 최대한 버텨내고,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작품은 특히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서로 형, 동생을 하면서 그들의 마음 속으로, 작업 외적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이전 작품에서) 여러 선배들이 소통하는 걸 보고 배워왔으니까요. 거기서 나오는 행복감이 엄청났어요. 무탈하게 결과물을 만들 때 오는 보람이 행복했어요. '오늘 또 뭔가를 해냈다.' 이런 하루가 쌓여 3개월이 지났죠."

영화의 사건은 대부분 차 안에서 이뤄진다. 차 안에는 무려 실감나는 음향을 위해 10대의 마이크를 설치했고, 카메라 역시 여러대가 설치됐다. 촬영을 위해 사용된 같은 종류 자동차는 3대였다. 차 안에서 일어나는 액션들은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조우진이 직접 소화했다. 또한 그는 성규가 느끼는 압박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진정성 있게 성규의 상황 속에 빠져들어가기로 결심헀다.

"확확 바뀌는 상황, 빠른 속도로 바뀌는 순간의 어떤 상황이 주는 서스펜스, 감정의 변화와 상황의 변화 같은 것을 찰나에 담아서 표현하는 영화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찰나를 건지기 위해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연기 기술을 발휘해 보여드린다는 개념이 절대 안 통하겠더라고요. 최대한 이 상황에 나를 빠트려보자, 진정성 있게 다가가보자, 있는 그대로 100% 120% 느껴보자, 느끼는 그대로 튀어나오는 걸 카메라에 담아보자 했어요."

조우진은 그런 날것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자신이 아닌 스태프들의 몫이였다면서 스태프들의 노고에 대한 인정도 빼놓지 않았다.

'발신제한' 스틸 컷 © 뉴스1'발신제한' 스틸 컷 © 뉴스1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주변에서 도와주고 스태프들이 함께 느끼며 해줬죠. 거기 맞춰 카메라를 설치하고 분배하고, 감독님이 밀도 조절에 도움을 주셨어요. 같은 감정이라도 세분화 시킬 때는 감독님에게 조절을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테이크 끝날 때마다 감독님께 '건지셨어요?'하고 물어보고 넘어갔었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조우진은 혈압을 얻었다. 혈압이 너무 올라가 아직까지도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단독 주연 조우진의 얼굴이 들어간 '발신제한'의 첫 포스터가 나왔을 때 그는 홀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조우진은 영화가 나오고,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감격이 담긴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비슷한 기억은 '내부자들' 조상무 역할에 처음 발탁이 되고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 들었을 때가 있네요. 사실 그때의 감격이 더 컸어요. 지금 포스터를 보고 단독 주연작이라고 하니까 느끼는 감회보다 그때가 더 컸던 것은 사실이에요. 왜 제가 눈물을 흘렸을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냥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어요. 많은 사람들, 연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연기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게 하고 있거든요. 그분들에게 저의 이 모습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해요. 그런 바람의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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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우진에게 삶의 원동력이 돼주는 것은 사랑하는 딸이다. 조우진은 2018년 10월에 11년간 교제한 연인과 결혼했으며, 결혼식 전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돌이 지난 딸이 있었던 사실이 알려져 축하를 받은 바 있다.

"딸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스러움, 미안함이 항상 혼재돼 있어요. 자주 같이 못 놀아주니까. 오늘도 나가는데 저보고 '아빠 오늘은 조금만 일하고 와'라고 하더라고요. 많이 일하고 오면 자기가 잘 때 오거나, 자기 직전에 오니까요.(웃음) 그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미안해져요. 늘 죄짓고 나와서 죄짓고 일하는 느낌이고요. 어떻게 보면 성규라는 인물에 임하는 저의 정체성은 제 딸이었을 거예요. 딸은 여전히 무슨 작품을 하든 삶의 원동력이자, 일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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