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MV 아트디렉터 송선주 "브랜드가치 높이는 작품 만들 것"

머니투데이 창조기획팀 이동오 기자 2021.06.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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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주 아트디렉터 인터뷰

케이팝(KPOP)은 어느덧 전세계적으로 쿨(cool)하고 힙(hip)한 느낌을 주는 최신 유행 문화로 자리잡으며 전세계가 열광하는 콘텐츠가 됐다. 이렇게 케이팝이 주류문화로 발돋움하게 된 서막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송선주 아트디렉터송선주 아트디렉터


송선주씨는 '강남스타일'의 비주얼을 모두 직접 디렉팅했다. 1999년부터 아트디렉팅을 시작한 그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소녀시대 'Gee', 슈퍼주니어 'Sorry, Sorry', 이효리 '10 minutes',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동방신기 'Mirotic', 아이유 '좋은날', 신화 'This love' 등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500여개 이상 작업한 베테랑 아트디렉터지만 최근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40억뷰를 달성하면서 다시금 그녀의 역할이 조명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업계를 이끄는 아트디렉터로 자리매김한 송선주씨를 만나봤다.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는 아직까지는 생소할 수 있는 직업이다.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아트디렉터는 한 마디로 뮤직비디오의 미장센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즉, 뮤직비디오에서 연출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고 조직하는 역할이다. 아트디렉터는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장면을 사전에 계획해 밑그림을 그린 후 이미지를 완성해낸다. 세트, 인물, 사물, 조명, 의상, 배열, 구도, 동선, 색감 등 화면 속에 담기는 모든 조형적 요소들을 고려해 영상미를 연출하는 직업이다.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 없이는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뮤직비디오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유머러스한 요소들을 가미한 영상들이 신선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통상 뮤직비디오는 멋있고 화려한 느낌의 비주얼로 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과는 다르게 강남스타일은 시도해본 적 없던 새로운 스타일로 남녀노소가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강남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통상적 이미지와 대조되도록 촌스럽고 코믹한 영상들로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코믹한 이미지들이 메시지 대신 전달되면서 언어의 장벽을 넘기고 전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직비디오가 중독성이 있다보니 이를 따라하는 패러디물과 밈(meme)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것 또한 성공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말씀하신 패러디 영상들뿐만 아니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연출기법을 모티브로 한 다른 뮤직비디오들도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강남스타일에서 연출한 군무씬 이후로 다른 뮤직비디오에서도 군무씬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케이팝뿐만 아니라 해외 뮤직비디오에서 군무씬이 담긴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Jessie J & Ariana Grande & Nicki Minaj의 Bang Bang (2014), BTS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 (2019) 등 여러 가수들이 강남스타일을 모티브 삼아 군무씬을 연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외에 CF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아트디렉터의 활동 범위는 꽤 다양하다. 디자인, 사진, 출판, 광고 등 조형적 표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작업이라면 이를 총괄하고 처리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17년간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로서 작업을 해왔지만 CF쪽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힌지 오래다. 작업한 CF 중에는 2016년, 2019년 가수 지코와 문가비·한현민이 각각 모델이 됐던 오션월드 광고가 대중에게 가장 익숙할 것 같다. 당시 광고가 큰 인기를 끌어 당시 오션월드가 업계 1위가 되기도 했다.

-향후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혀보고 싶다. 케이팝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와 해외 CF의 아트디렉터로도 활발히 활동하려고 한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전세계적 흥행은 나에게 다시 한 번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였다. 비주얼적으로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는 언어와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충분한 어필이 가능하다. 그 콘텐츠가 뮤직비디오이든 CF이든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시각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아트디렉터는 디자인적 감각만 뛰어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대중에게 무엇이 어필되는지 캐치할 수 있는 마케팅 감각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예쁘고 멋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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