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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사들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6.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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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치권이 추진하는 '병원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것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협 "논의기구 구성해 정책추진 여부 결정해야" 제안
의협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 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정부, 정치권,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또 CCTV 설치 의무화의 문제점에 대해 "의료진을 감시 상태에 둬 집중력 저하,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능동적, 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의료진의 방어적, 소극적 대처로 이어져 결국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사고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건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와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CCTV 관리자 등이 영상에 접근할 경로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환자의 비밀이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결국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 긴장에 따른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 △의사의 소극적 대처에 따른 환자 건강권 침해 △빈번한 의료분쟁 △환자의 신체 노출에 대한 인권 침해 가능성 △해킹 등으로 인한 의료비밀 보장 침해 가능성 등이다.

"문제 발생 시 진실 규명" vs "인권침해, 해킹 우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1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의는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환자단체는 수술실 내부의 은폐성 때문에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사고, 성범죄 등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규명하기가 어렵다며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 26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술실 CCTV의 설치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 표명했다"고 인권 우려를 일축하며 "다수 시민들도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달 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1004명)의 80.1%가 '환자 인권 보호와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CCTV 설치 논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의사들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도 "이미 내부 감시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동료의 시선이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제동장치"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수술실 CCTV는 신체 노출에 대한 인권침해고, 청와대나 대기업도 해킹을 당하는 시기에 방화벽을 뚫는 건 불가능이 아니다"라며 "경직적 수술환경이 되고, 덜 위험한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정치권도 '수술실 CCTV' 두고 대립된 입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이기범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정치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대립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도내 공공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투명한 정보공개 시대에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배타적 특권의식"이라며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수술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실 환자는 절대적 약자이며 신체방어권이 전혀 없다"며 "전문직 성범죄 1위가 의사이고(2015~19년 경찰범죄통계) 공장식 분업수술, 대리수술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환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의사 입장에서도 CCTV 영상은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 규명을 위한 목적이라는 것엔 동의한다"면서도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입법 내용을 찬성하면 선, 반대하면 악이라는 식으로 야당을 대하는 방식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술실 CCTV가 과연 국민 건강에 있어 더 긍정적 방향성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을 좀 더 청취해보고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술실 CCTV와 관련된 법안은 현재 3개가 발의된 상태다.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며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는 23일 보건위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들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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