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캠핑장에서 아이오닉5에 누워있는 기자의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지난 28일 경기도의 한 차박 캠핑지에서 만난 한 젊은 부부가 기자가 타고온 아이오닉5를 보더니 이같이 말했다. 차박지를 가든, 대형마트를 가든 미래차 같은 디자인 덕분에 어딜가든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물량이 많이 풀리지 않아 '구경'조차 쉽지 않은 상황 덕도 컸다.
아이오닉5 전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전기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듯,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야하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차박은 사실 준비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밥을 해먹기 위해서 가스 버너부터 시작해 바람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각종 가림막과 몸을 따뜻하게 해줄 보온 용품까지 준비하다보면 끝이 없다. 차박에 막 재미를 붙인 사람이 장비를 사기 시작하면 돈 1000만원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오닉5는 이에 비하면 상당히 간소했다. 캠핑의 핵심인 고기는 에어프라이어로 간편하게 조리하면 됐고, 흰 쌀밥은 전자레인지로 즉석밥을 조리해서 먹으면 됐다. 날이 춥거나 더우면 전기차는 매연을 뿜지 않기 때문에 시동을 걸고 공조장치를 키면 됐다.
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차박 준비하니…'캠핑족'들이 몰려들었다
서울 강동 EV 스테이션에서 초급속 충전 중인 아이오닉5/사진=이강준 기자
차박지는 보통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강동 EV 스테이션에서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했다. 이미 배터리가 차있는 상황이라 5분만에 최대치인 배터리 용량 80%까지 충전됐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캠핑장까지 약 53㎞를 에코모드로 이동했더니 배터리 용량은 72%가 남았다.
/사진=이강준 기자
조명을 설치하고 미리 손질해둔 삼겹살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니 주변 캠핑객들이 하나 둘 씩 아이오닉5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략 겉모습만 봐도 아이오닉5인 것을 알고 온 사람도 있었고, 각진 모양의 희한한 차가 하나 있으니 궁금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캠핑장 직원 A씨(48)는 "아이오닉5는 이미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구입 목록 1순위로 오른 차"라며 아이오닉5의 내외관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기자에게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차박의 레벨을 두 단계 끌어올린 아이오닉5 V2L…그래도 '방전'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네
/사진=이강준 기자
평소 가정집처럼 전기를 6시간 이상 썼는데도 전체 배터리 용량은 72%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아이오닉5의 배터리 용량은 약 72kWh로 가정집 7곳이 하루동안 쓰는 전기가 담겨있어 고작해야 수백W(와트)에 달하는 전자기기를 아무리 써봤자 아이오닉5에겐 '간에 기별도 안가는 수준'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캠핑장에서 아이오닉5에 누워있는 기자의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세팅할 때보다 차박을 마무리한 후 캠핑지를 정리할 때 전기차의 장점이 더 돋보였다. 실제로 버너를 키거나, 숯을 사용해 고기를 굽지를 않아서 기름을 닦는 휴지 같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훨씬 더 친환경적이었다. 손에 기름을 묻힐 일도 없어 '깔끔한' 차박도 가능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차박에 최적화된 전기차로 출시됐지만 정작 뒷좌석을 접어도 평평하지가 않아 잠을 자고난 이후에는 허리가 매우 불편했다. 아이오닉5 전용 매트를 사용할 경우 더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시승에서는 확인해볼 수 없었다.
또 어쩔 수 없이 차량 방전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다. 차박지 특성상 수도권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어느 정도 사용해야 캠핑지에 도착할 수 있는데,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 때마다 '방전'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커졌다. 이론적으로는 방전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기자도 불안할 정도라면, 실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