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백신 주권' SK바사, 기업이 애국한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증권부장 2021.06.1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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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모증후군(FOMO Syndrome)'.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갖는 증상이다. 자신만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주식 열풍 속 이 단어가 유행됐다. 주변 사람들은 주식으로 돈을 벌었는데 나만 소외돼 기회를 놓쳤다는 절박감의 표현이었다.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 속 '패닉 바잉(Panic Buying, 가격에 상관없이 매수하는 행위)'의 부작용도 생겼다.



반면 주식시장 참여, 증시 저변 확대 등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의 체력은 그렇게 단련된다. 불안해보였던 코스피 3000선은 이제 강한 지지선이다. 이제 '천스닥'의 바닥을 다진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코로나 백신을 대하는 자세도 비슷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염려로 '백신 포비아'가 존재했지만 접종이 본격화되며 흐름이 변했다.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도 '백신 열풍'에 일조했다. 잔여 백신을 찾느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다. 1차 누적 접종자가 1379만명(6월 17일 0시 기준),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26.9%다. 속도로 보면 목표치를 웃돈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늦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량만 미리 확보했다면…"이란 비판은 감내해야 한다. 다만 시간을 따라 잡으며 속도를 만들어 낸 '노력'은 그대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 그 노력의 선봉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다. 2018년 7월 1일 SK케미칼의 백신 관련 사업 부문을 분할한 회사다. 국내 백신 후발자로 인식됐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부상했다. 글로벌 백신 회사들과 사업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 (57,400원 ▼800 -1.37%)는 지난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는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백신 공급망에 참여한 첫 사례였지만 주목을 끌진 못했다. 그때만 해도 백신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니까.

그 포석이 백신 국면의 전반전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한 이도 많지 않았다. 정부의 상반기 백신 접종 목표인 1400만명중 70%정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데 이 백신 전부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말 SK바이오사이언스는 '후반전'을 준비한다. 노바백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백신 4000만도즈(2000만명 분)를 정부가 선구매할 수 있게 한다. 4개월전인 2020년 8월 이미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수급 위기 해소를 위해 꺼낸 카드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 최창원 부회장이 올 1월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를 만나 담판을 지은 결과이기도 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최근 임상3상 시험 결과 90.4%의 예방효과를 봤다고 밝혔는데 이미 확보한 4000만도즈가 3분기중 국내에 들어오면 '후반전'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책임지는 모양새가 된다.

# 백신 전쟁은 단기전이 아니다. 1차전의 전·후반은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전을 위해선 자체 무기가 필요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 GBP510를 개발중이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WAVE2(차세대 백신)으로 선정하고 연구개발(R&D)비용과 임상 비용을 책임질 정도의 위상이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지원한다. 다른 백신에 비해 더딘 것 같지만 2차전 이후 백신에선 선두권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7월 임상 3상 착수, 내년 상반기 출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021년 백신 주권 시대'가 열린다.

백신 전쟁에 한가운데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탄생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SK그룹 특유의 시프트(SHIFT) 결과다. 선경합섬(직물·폴리에스터 사업)을 정리하고 2000년대후반 친환경 소재(얼스케어·Earth Care)와 백신(헬스케어·Health Care)로 본격적으로 재편한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는 거다. 2012년 안동 백신 공장 설립도 시프트의 과정이었다.

기업 활동의 결과가 이윤뿐 아니라 '애국'도 된다는 것을 우린 목격한다. 올해 주식시장에 등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흐름에도 이 가치가 더 반영되지 않을까. 최태원 SK회장의 말처럼 "평가와 채점은 결국 시장이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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