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총 3위'시대 열렸다...카톡 앞세워 무한확장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윤지혜 기자 2021.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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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시총 3위'시대 열렸다...카톡 앞세워 무한확장


카카오 (47,300원 ▼100 -0.21%)가 창사 이래 처음 네이버 시가총액(종가 기준)을 제쳤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금융, 콘텐츠 등 신사업 '무한 확장' 전략이 경쟁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IT(정보기술) 업계의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1.4% 오른 14만 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64조 1478억원. 63조 5699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를 약 5759억원 차이로 누르고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34조원이던 카카오 시가총액은 올들어 반년 만에 약 30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약 15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페이·뱅크·모빌리티 줄 상장 예고…계열사도 118개 달해
카카오 '시총 3위'시대 열렸다...카톡 앞세워 무한확장
코로나 이전 10위권 밖에 머물던 카카오 시가총액이 3위까지 올라선 데는 비대면 서비스 수요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과 자회사 상장 모멘텀 덕분이다. 우선 2018년 4분기 영업이익률 0%대로 내려 앉았던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1575억원을 기록, '돈 잘 버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네이버와 다르게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펴왔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네이버는 1위 포털 사업자로 꼽히며 정치권 등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이로 인해 국내 사업 확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해외 진출에 주력했다.



그 사이 카카오는 모빌리티, 은행,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들도 최근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누적 투자 유치 금액만 9200억원에 달해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올해와 내년 차례로 기업공개(IPO)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진행한 5대 1의 액면분할은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대형주들이 액면분할 이후 하락세를 탄 것과 달리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했다. 액면분할 이후 두 달 만에 주가는 약 30% 급등했다.

네이버 당혹감, 카카오는 표정관리 "좋은 서비스 제공 위해 노력"
카카오 '시총 3위'시대 열렸다...카톡 앞세워 무한확장
궁극적으로 카카오의 사업 확장 전략은 월간활성사용자(MAU) 46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 플랫폼 때문에 가능했다. 앞서 카톡 지갑이 출시 100일 만에 1000만명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도 '카톡'의 힘이다. 이 같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는 유사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구상한 스타트업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단기손실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년 전 '100명의 창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말처럼 각 CEO들의 영역을 인정해 주는 전략도 확장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 분야 자회사들을 인수합병, 투자하는 핵심엔 역시 카톡이 있다"며 "마케팅이 필요없는 게 큰 강점이고 CEO들에 지분을 인정하는 등 힘을 실어줌으로서 적극적인 사세확장과 IPO에 나서도록 유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네이버 시총 역전은 IT 시장의 방향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모두가 소통하는 메신저 중심으로 과거에 있는 사업을 새롭게 재편한 것이 주효했다"며 "네이버가 이전에 유선 PC인터넷을 이끌었다면 카카오는 모바일 서비스를 이끄는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시총 3위 쟁탈전을 두고는 네이버와 카카오 임직원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네이버는 최근 내부 악재가 불거진 데 이어 카카오에 시총을 역전당하자 당혹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반면 카카오는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성장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는 아직 네이버와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가 변동에 연연하지 않고 이용자에게 좋은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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