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CB 발행말라" 바이오 소액주주 반발…"계획 취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6.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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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1200억원 CB 발행 '없던 일로'…일부선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도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바이오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자금조달 계획이나 경영진의 경영 판단에 목소리를 내고 관철시키는 등 주주권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넥신 (7,280원 ▼70 -0.95%)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위해 12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하려다 주가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발로 계획을 취소했다.



제넥신 소액 주주들은 두 곳의 '주주 모임' 명의로 회사에 CB 발행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을 뿐 아니라 일부 주주를 중심으로 제넥신 본사 앞에서 트럭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제넥신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비율은 78.71%에 달한다.

제넥신은 주주들의 반발이 강하자 지난 12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사는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외부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방법은 내부적으로 경영 회의에서 신중하고 철저히 검토해 안을 만들겠다"며 "이사회를 통해 안을 확정한 후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넥신이 올해 1분기 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연결기준)은 359억원으로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3만명 규모의 임상 3상을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는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X-I7'을 인도네시아 KG바이오에 기술 수출하면서 계약금 2700만달러(약 300억원)를 수령했지만 후속 임상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일회성 수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 관계자는 "1200억원 규모 CB 발행은 내부에서도 확정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액주주 반발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타법인 출자지분 등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던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최근 유통시장에서 진단키트 업종 전반 분위기가 주춤하자 수요예측, 청약 일정을 모두 다음달로 연기하면서 공모가와 공모규모를 대폭 낮췄다.

새로 책정한 희망공모가액은 4만5000~5만2000원으로 기존 희망공모가액(6만6000~8만5000원) 범위보다 약 30% 가까이 낮아졌다. 공모규모도 신주 발행규모를 줄이면서 30~40% 가까이 축소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면역화학진단, 분자진단, 현장진단 등 선별검사부터 확진검사까지 가능한 기업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으로 1조1800억원, 영업이익으로 약 5763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 충분히 8조~9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또 상장일 거래 가능한 유통물량이 3190만7001주(약 31.4%)로 공모에 참여하는 신규 주주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이 코스피 상장예정 기업에는 이례적으로 주관사와 회사 측에 두 차례 증권신고서 수정을 요청했으며 회사는 이를 반영해 공모가 밴드와 공모규모를 모두 낮췄다.

올해 들어 바이오 업종에서 유독 주주들의 집단행동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에는 삼천당제약 (106,600원 ▲1,900 +1.81%) 소액주주연대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삼천당제약 경영참여를 위한 포괄적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감사선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섭규 삼천당제약 주주연대 대표는 "회사가 그동안 일부 기관을 제외한 소액주주들에게는 제대로 IR을 하지 않는 등 주주친화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유통시장 내 다른 업종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큰데다 신약개발 관련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바이오 업종 특성의 한계를 의식하고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 실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실제로 그간 바이오업종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신라젠의 임상시험 실패 및 주식내부거래 사건 등을 잇따라 겪으면서 소액 주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다만 주주들이 공개할 수 없는 임상 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자금 조달계획까지 일일이 목소리를 내면서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IB 관계자는 "제넥신은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는 회사인데 소액주주 반발을 의식해 12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취소한 것이 맞는 결정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 담보 대출이나 고금리의 메자닌 채권 발행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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