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폭탄 업비트 '나혼자 산다'... 금융 당국의 조용한 압박?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조준영 기자 2021.06.1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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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폭탄 업비트 '나혼자 산다'... 금융 당국의 조용한 압박?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허용의 수를 '4-α' 기조로 잡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거래소 임직원들을 소환한 뒤 관련업계의 '공기'가 달라졌다. 소위 '빅(BIG)4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는 '기본'이고 일부 거래소도 제도권 내 들어올 것이란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빅4'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업비트가 25개 코인의 유의종목 지정, 5개 코인의 원화마켓 삭제 등 '폭탄 공지'를 발표한 것도 달라진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압박한 데 이어 대형 거래소를 통한 사전정지작업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업비트가 던진 폭탄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검찰이 21일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사이트 '업비트' 주요 경영진 3명을 허위계정, 허위주문으로 시세를 조작해 1,40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추정하는 허위주문 합계는 254조원에 달한다. 한편 업비트측은 허위로 매수매도 계약을 촉발시켜 거래량을 늘리는 이른바 '자진거래'는 개장 초기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밝히고 거래량도 4조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2018.12.21/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검찰이 21일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사이트 '업비트' 주요 경영진 3명을 허위계정, 허위주문으로 시세를 조작해 1,40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추정하는 허위주문 합계는 254조원에 달한다. 한편 업비트측은 허위로 매수매도 계약을 촉발시켜 거래량을 늘리는 이른바 '자진거래'는 개장 초기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밝히고 거래량도 4조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2018.12.21/뉴스1
업비트가 투하한 '상장폐지' 폭탄이 코인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결제수단으로 입지를 강화하며 큰 폭으로 오른 페이코인을 포함해 30개 코인이 우수수 폭락했지만 상폐 근거는 지나치게 빈약하다. 업비트는 단 1장에 불과한 거래지원 종료 정책으로 코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7가지 사유를 나열했지만 들여다보면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중 △가상자산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가상자산에 대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적으로 접수되는 경우 등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근거들도 확인됐다. 심지어 원화시장에서 상장폐지된 5개 코인들에 대해선 '원화마켓 페어유지를 위한 내부기준 미달'이란 단 한줄 설명이 전부였다.

상폐 폭탄 업비트 '나혼자 산다'... 금융 당국의 조용한 압박?
업비트 관계자는 "페어유지 여부를 위한 평가항목은 유의종목 지정 시와 동일한 평가기준이 적용됐다"며 구체적인 내부기준 설명은 없었다. 퀴즈톡 측은 14일 오후 공시플랫폼 '쟁글'을 통해 이번 페어삭제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비트 내부엔 상장 및 거래지원 종료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있지만 회사 측은 이는 대외비로 어떠한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놨다. 위원회 구성도, 구체적인 절차도 알려지지 않는 '깜깜이' 심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엉망으로 상장해놓고 그동안 수수료를 챙기더니 이제 자신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리자르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의 시장감시기능이 없을 때 시장이 얼마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할 수 있는게 없다"…'막무가내' 상폐 막을 수 없다
 검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가 있는 16층 회의실 등에서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가 있는 16층 회의실 등에서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문제는 이같은 일이 연말까지 계속해서 벌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상자산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손을 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업자를 규율하는) 특금법 상 상장·상장폐지 등과 관련한 규정이 아무것도 없다"며 "저희가 법령에 없는 시장관리까지 할 경우 역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무풍지대다.

금융위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방향으로 △취급금지 가상자산 규정 △사업자 시세조종 금지 △가장자산 보관 강화 등을 밝혔다. '방향'은 존재하지만 현재 거래소들이 즉시 적용할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와 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는 '가이드라인'만 밝혔다. 예컨대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자체 암호화폐인 '바이낸스코인(BNB)을 발행한 뒤 자사 거래소에 상장해 유통시키고 있는데 국내 거래소는 이같은 행위가 금지된다. 다만 거래소의 모회사와 지분관계가 있는 회사의 코인은 상장 가능한지, 어느 정도의 지분 관계까지 자사 코인으로 볼지 등은 불명확하다.

실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투자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가상자산 '마로(MARO)'에 투자한 바 있다. 또 다날의 자회사인 페이코인(PCI)도 포함됐다. 페이코인은 다날 핀테크가 발행하는데 모회사 다날이 또 다른 자회사인 다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투자한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이 두나무의 주주로, 13.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감원, 케이뱅크 검사…업비트 '불똥' 튈까 안절부절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금융감독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금융감독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
겉으로는 몸을 사리는 금융당국이지만 우회적 압박 흐름도 존재한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 부문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공개된 사유는 자금세탁방지체계 확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 확인등을 위한 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케이뱅크 검사에서 업비트 관련 계좌도 들여다봤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일부 계좌와 관련해선 지난 월 업비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케이뱅크는 독점적으로 업비트의 실명계좌를 내주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들어 고객수가 급증하고 수익성이 좋아졌다. 금감원이 케이뱅크의 자금세탁시스템 부문 검사를 실시하면서 업비트를 통한 해외 차익거래 계좌와 일부 시세조종의혹 계좌도 들여다 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업비트는 2018년 송치형 의장이 사기 및 기록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뒤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업비트가 자체적으로 '8'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만들어 암호화폐와 원화 등 자산을 1221억원 가량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허위 거래를 지속해 실제 회원들의 거래를 유도한 혐의다. 송 의장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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