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언제 기다리나"...中 막히자 북미·유럽 향하는 K게임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6.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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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


국내 게임사들이 'K게임 불모지'로 여겨졌던 북미·유럽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북미 거점을 확대하고 개발자를 채용하는 등 영토 확장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국내 게임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시장이 막히자 서구권으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 (30,750원 ▲150 +0.49%)는 최근 미국 지사 사무실을 확장하고, 캐나다와 네덜란드에 각각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올해 2월부터 북미·유럽 지역에 '검은사막'을 직접 서비스하고 있는 데다, 연말에 초대작(AAA)급 PC·콘솔 게임 '붉은사막'을 출시할 예정인 만큼 현지 개발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개발자 채용도 진행한다.



크래프톤 산하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도 올 초 게임 개발사 'SDS 인터랙티브 캐나다'를 설립했다. 미국 게임 개발사인 SDS는 오는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초대형 PC·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준비 중이다. 2019년 법인 설립 후 첫 작품인 만큼, 북미 개발인력을 보강해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2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프로젝트TL' 상표권을 출원했다. 프로젝트TL은 '리니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개발 중인 대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투입된 개발비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 TL을 PC·콘솔 게임으로 개발,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콘솔 시장…韓 게임업계 활로 될까
그동안 북미 시장은 국내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모바일 위주인 국내 게임 시장과 달리 북미는 콘솔 게임이 강세인 데다, 고과금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커 한국식 MMORPG가 자리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한국 게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2%로, △PC 게임 12.5% △모바일 게임 9.1% △콘솔 게임 1.3% △아케이드 게임 0.7%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중국이 40.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대만·홍콩이 14.5%, 동남아가 11.2%를 차지했다. 북미·유럽은 각각 9.1%, 6%에 그쳤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문제는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허가권) 발급을 중단하면서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기존에도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었지만, 국내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큰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만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구권 진출엔 소홀했다"라며 "그러다 중국 진출이 어렵게 되자 북미·유럽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은 593억 달러(약 61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올해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콘솔 게임기를 선보여 지난해보다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넥슨은 '카트라이더' IP를 이용해 PC와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도 MS와 함께 연내 콘솔 게임 '크로스파이어X'를 출시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콘솔 게임 이용자는 모바일 게임 대비 주간 평균 사용 시간은 적지만 평균 소비 금액은 더 크다"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이용자가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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