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정 어기고 국정원 직원들 '관용헬기 시찰' 시켜준 해경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6.15 08:47
글자크기

국정원 "제주도정보센터 간사기관으로 현장 동행...사전에 해경과 협의"

지난 2월 4일 이어도를 방문한 오상권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오른쪽). /사진=제주해경지난 2월 4일 이어도를 방문한 오상권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오른쪽). /사진=제주해경


오상권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이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수행해 이어도를 시찰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제주해경에 따르면 오상권 청장은 지난 2월4일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와 제주 남방 광역해역 점검에 나섰다. 춘절을 앞둔 중국의 불법 조업에 대비하고 일본의 공세적인 해양과학조사 활동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제주해경의 설명이다.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오 청장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검은 정장의 남성 2명과 함께 제주 산림청에서 관용헬기에 탑승했다. 이후 이어도에 착륙한 오 청장은 인근에서 활동 중인 3012함에 올라 함정 대원들의 안내를 받은 뒤 다시 헬기를 타고 떠났다. 이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두 남성은 오 청장과 함께 다녔다.



해양수산발전기본법의 예규인 해양과학기지 관리·운영 규정 7조에 따르면 이어도에 출입하려면 반드시 이곳에서 해양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이용신청서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이 규정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들은 이어도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나 기타 시설의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실무자, 응급대응에 나서는 군경 뿐이다.

그러나 해경은 이때 동행한 두 남성에 대한 이용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2월4일 이어도 입도와 관련해 서류를 제출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이어도는 위성통신만으로 연락이 유지되는 곳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확한 대응을 위해 입도 인원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며 "연구자와 구급대원, 해경 외에는 그 누구도 이용신청서 작성 없이 이어도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 청장과 동행한 이들의 신분과 관련, 제주해경은 "대테러 안보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부처 공무원"이라며 "더 이상은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당시 오 청장과 동행한 이들은 국정원 제주지부 직원들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업무차 이어도와 3012함을 둘러봤을 뿐이며 입도 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은 통합방위법 시행령상 제주도정보센터 간사기관으로서 해경의 현장점검에 동행한 것"이라며 "사전에 해경과 현장점검 협의를 했으며 해경에서 국정원 직원의 헬기 탑승 사실을 명단에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 청장이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3012함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해경의 '함정 운영관리 규칙'에 따르면 외부 인원이 함정을 이용하려면 공문으로 근거를 남겨야 하는데 당시엔 이행되지 않았다.

또 당시 오 청장과 국정원 직원들의 방문에 앞서 3012함 함장은 함정 대원들을 치안 활동이 아닌 함정 페인트칠, 청소 등에 이틀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원들은 함정에 오른 국정원 직원들에게 고속단정, 윈드라스, 함포 등의 장비를 설명해주기 위해 장시간 장비 앞에서 대기하며 의전에 동원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 근거하지 않은 비공식 행사에 함정 대원들이 동원된 셈이다.

그날 오 청장이 제주 산림청 헬기장을 이용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제주해경청장이 이어도를 드나들 땐 제주국제공항 내 제주해경항공대 헬기장을 이용한다. 이에 대해 제주 해경 관계자는 "제주공항을 이용할 경우 공항 자체의 수속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