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닌데...여름철 은행권 희망퇴직 바람이 분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6.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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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임직원 수./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5대 은행 임직원 수./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은행업 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하면서 은행권에 여름철 '명예퇴직' 바람이 분다. 은행이 점포를 대거 줄이는 움직임과 일치한다. 신입행원 공채 문을 닫은 대신 디지털 인재만 '핀셋' 채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4일까지 만 49세(1972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올해 초에도 220여명이 은행을 나갔는데 연 2회 희망퇴직 시대를 열게 됐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연 2회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해왔다.

신한은행 희망퇴직엔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현장 직원들이 희망퇴직의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의견을 내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않는 이상 퇴직 조건이 좋을 때 은행을 떠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차,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며 자녀학자금, 창업 자본, 건강검진 비용 등도 지원된다. 자녀학자금의 경우 학기당 350만원까지 자녀 수 제한이 없다. 희망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계약직 재채용도 실시한다.



은행권 퇴직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매금융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에서도 명예퇴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씨티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금융사들이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고 신입 행원 공채가 10년가량 없던 터라 인력구조가 고령화했고, 그에 따라 인건비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파악한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 수는 939명이다. 씨티은행 노조에서는 2000명 이상으로 집계한다. 계약 형태 등 기준에 따라 차이가 났는데 적은 쪽으로 보더라도 명예퇴직 규모는 수백명일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은행 사측에서도 "(인력 등) 매각 제약 사항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은행권 퇴직은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은 지난해 1년 동안 236개의 점포를 접었다. 효율 경영 차원에서 점포를 정리한 만큼 인력 감축도 수반돼야 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7만3960명으로 1년 전(7만5545명)보다 2.1% 감소했다. 희망퇴직으로만 약 2500명이 떠났다.

바뀐 채용 트렌드도 이런 현실과 맞물린다. 지난해 공채 규모를 예년의 절반으로 줄인 은행들은 올해도 공채 대신 디지털 수시채용 문만 열고 있다. 2019년 시중은행 처음으로 디지털·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수시채용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상반기에도 디지털·ICT 인재를 뽑았다. KB국민은행도 상반기 IT(정보기술)·데이터 부문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하고 있다. 이 분야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늘려 잡았다. 우리은행도 현재 디지털·IT 부문 신입행원을 뽑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한 사측과 직원의 시선이 모두 긍정적이어서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사측 입장에서는 필요한 분야에 핵심 인재를 뽑을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은 '인생 2막' 관점에서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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