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못받을 바엔…" CJ ENM, OTT 동업자에 날 세운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6.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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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LG유플러스 콘텐츠 사용료 줄다리기…업계 눈초리에도 콘텐츠 유통구조 현실화에 '블랙아웃' 카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LG유플러스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U+모바일tv'에선 인기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시청할 수 없다. 오는 17일 시작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도 마찬가지다. 해당 콘텐츠가 공급되는 tvN채널이 '블랙아웃(송출중단)' 되면서다. '소비자를 볼모 삼는다'는 비난까지 감수하고 '콘텐츠 제 값 받기'를 위해 CJ ENM이 칼을 빼든 것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U+모바일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tvN·tvN 스토리·O tvN·XtvN·올리브·채널 다이아·중화TV·엠넷·투니버스·OGN)의 실시간 방송 송출이 중단된 상태다. 양 사가 OTT에 공급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벌인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LG유플러스 측은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비상식적 금액을 요구한 CJ ENM에 협상 무산의 책임이 있다"며 "통상 인상률이 10% 이내인 데 비해 비상식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2019년 9%, 2020년 24%의 사용료를 올려줬는데, 올해는 175% 인상을 요구했단 것이다.

CJ ENM "U+모바일tv는 'OTT'"
"제 값 못받을 바엔…" CJ ENM, OTT 동업자에 날 세운 이유
인상률만 놓고 보면 CJ ENM의 요구는 과도해 보인다. 영향력이 커진 콘텐츠 공급자의 '을질'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CJ ENM은 단순히 '2.7배'란 숫자의 함정에 빠져선 안된단 입장이다.



이번 갈등의 가장 큰 쟁점은 U+모바일tv 서비스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다. CJ ENM은 그간 U+모바일tv를 기존 LG유플러스 IPTV 사용료와 연계해 사용료 계약을 이어왔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더 이상 'IPTV의 모바일판' 아닌 OTT라고 분류하게 돼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졌단 설명이다. IPTV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헐값에 공급했던 사용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LG유플러스/사진=LG유플러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나, 시장조사기관 등 업계에선 U+모바일tv를 OTT 서비스로 규정한다. IPTV와 요금체계, 가입자 경로가 다르고 독자적인 추가 콘텐츠가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OTT로 유권해석하기도 했다. CJ ENM은 U+모바일tv와 함께 자사가 내놓은 티빙(TVING)과 KT 시즌(SEEZN)에 대해서도 동일한 협상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기준인 유료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한 '새 계약'을 해야 한단 것이다. CJ ENM의 175% 인상안도 지난해 말 LG유플러스 가입자 중 U+모바일tv 이용이 가능한 5G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CJ ENM 관계자는 "인상안은 최소한의 추정치에 바탕한 것으로 정확한 협상을 위해 LG유플러스가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이를 5차례나 불응했다"고 말했다.


5조 투자해도 '밑 빠진 독 물붓기'
 CJ ENM이 제작해 흥행한 드라마 빈센조(왼쪽)와 지난달 31일 '비전스트림'에서 CJ ENM 콘텐츠 투자 전략을 밝힌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CJ ENM이 제작해 흥행한 드라마 빈센조(왼쪽)와 지난달 31일 '비전스트림'에서 CJ ENM 콘텐츠 투자 전략을 밝힌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CJ ENM
블랙아웃을 선언한 CJ ENM의 속내가 편한 것은 아니다. 송출중단 직전 방통위가 '불공정행위를 종합 검토하겠다'며 내민 경고장과 IPTV가 속한 유료방송시장 전반의 따가운 눈초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작수익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투자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OTT를 비롯한 미디어 시장 전반이 글로벌 사업자에 예속될 수 밖에 없단 내부 위기감이 더 컸단 분석이다.

CJ ENM은 최근 향후 5년 간 콘텐츠 제작·인프라 확장에 5조원(티빙 포함)을 투자하겠단 청사진을 내놨다. 영화 '기생충' 같은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를 만들어 시장을 주도하겠단 전략에서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K-콘텐츠 제작에 5000억원을 쏟아붓는 등 국내 콘텐츠 제작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익구조론 5년 후를 기약할 수 없단 우려가 나온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지난달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IPTV를 겨냥해 '인색하다'고 표현하며 "제작비의 120%를 회수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IP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면 제작비의 3분의 1정도만 받아 늘 불안하다"고 말한 이유다.

콘텐츠 유통구조 선진화와 함께 JTBC·네이버와 혈맹을 맺고 투자를 본격화한 자체 OTT 서비스 티빙의 성장을 위한 견제란 시각도 있다.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IP를 대거 제작, 국내에서 800만 유료가입자를 확보한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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