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농협생명 사장 "온라인보험 블루오션, 새로운 10년 준비할 것"

머니투데이 대담= 강기택 금융부장, 정리= 전혜영 기자, 사진= 이기범 기자 2021.06.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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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머투초대석 김인태 농협생명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머투초대석 김인태 농협생명 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 지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보험업계에서 온라인 시장은 아직까지 '블루오션'이라고 본다. 회사의 전반적인 전략을 재점검해 앞으로 10년에 대비하겠다."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은 농협생명의 미래를 내실에서 찾았다. 그동안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이라고 하면 다소 '올드'하다고 느껴지는 이미지를 쇄신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는 것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분사 후 처음으로 전사적인 차원의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태생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농업인을 위한 정책보험 등을 유지하되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도 멈출 수 없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5달 정도 지났다. 보험업을 경험해 본 소감이 어떤가.
▷ 보험업은 특성상 자산과 부채가 다 장기여서 훨씬 어렵다. 은행은 신용대출이든 부동산 대출이든 길어야 3년, 5년인데 보험은 장기다. 가정을 잘못해서 상품을 만들어 팔면 손해도 길게 간다. 그래서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하다. 이전에 보험업에 몸 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분석자료를 보며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의사 결정을 할 때도 직원들과 충분히 교감하면서 방향을 잡고 있다.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한 지 10년째다. 성과와 과제를 말씀해 달라.
▷전반적으로 전략을 재정립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서 처음으로 영업·인사·조직·예산 등 전 부분에 걸친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앞으로 10년을 보고 사업계획과 경영전략 등을 새로 짤 계획이다. 외부 컨설팅은 3개월 정도 소요된다. 특히 디지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전 금융권이 그렇지만 보험사들도 디지털 전환이 화두다. 복안이 있는지.
▷회사에 와서 모바일 창구에 접속했다가 불편한 점이 많아서 놀랐다. 모바일 창구는 무엇보다 직관적이어야 한다. 제가 이미 농협생명 가입자인데 제 계좌를 보려고 하면 한 번에 볼 수 없고, 복잡하게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미 대대적인 보완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고 RPA(로봇 프로세스자동화) 기술 적용도 상반기에 다 마무리했다. 오는 11월까지 30개 항목에 대해 추가로 자동화를 완료하면 생산성이 더 향상될 것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다른 보험사보다 비대면 의존도가 높았던 농협생명의 영업채널이 더 영향받았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농협생명이 빅3에 이어 4위다. 신한생명과 오렌지생명이 통합하면 5위가 된다. 자산규모나 수익성 창출 등의 측면에서 '빅3'와 격차가 있지만 온라인 보험은 아직 대동소이 하다고 본다. 우리가 약하지만 대형사들도 아직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발선이 같은 셈이다. 온라인 보험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창구와 온라인 보험시장에서 턴어라운드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대면 영업채널에서 부족하더라도 온라인시장에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타사와 달리 협동조합 보험사여서 태생 자체가 ESG경영에 부합한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조합원들이 있는 각 지역에서 보험 서비스를 하고 있고, 그 기반을 장점으로 살려서 정책보험을 판매한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인 안전보험'이다. 농업인들이 작업을 하다 다치면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보험료를 다 고객이 내는 일반보험과 달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을 지원하고 농업인은 10%만 낸다. 농협생명은 민영보험사와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영리추구를 안 할 수 없지만 사회적인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당장은 상장도 안 돼 있고, 수익성도 크지 않아서 회사 가치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농협생명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높여서 사회와 고객에게 모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

-2018년 실적이 악화됐다 최근에 많이 개선됐다. 배경은.
▷주식시장 급락과 외화자산 보유에 따른 환 헷지(위험회피) 비용 증가로 자산운용 손익이 감소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순이익이 69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6.7% 늘었고, 지난 1분기에도 42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일회성 요인이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직원들에게도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동안은 상품 하나를 만들면 어느 정도 마진이 적정하다는 식의 기준이 없었는다. 환 헷지 사태 이후에 금융지주 차원에서 보험경영혁신위원회가 꾸려진 후 관련 기준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수익 기준을 못 만들면 상품 출시를 못 한다. 기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 과정이다.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돼 있다. 준비상황은 어떤가.
▷최금 금리상승으로 보험사의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1분기 기준 230%대인데,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했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주주의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지주가 발행여력이 생긴 상태라 중앙회 등과 면밀히 협의 중이다.

-청년층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으로 몰린다.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고객이 많은 농협 계열사들에 불리한 여건이다.
▷기존 농협 고객군은 고령층이 많긴 하다. 소위 MZ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상품은 기타보장성에서 젊은 층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 위주로 개발 중이다. 결국은 디지털로 요약된다고 본다. 온라인 보험에 집중하면서 직관적이고 심플하게, 접근성에 집중하려 한다. 기존에 상품명 위주로 배치한 온라인보험 모바일 화면을 상품 특징과 보험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바꿨고, 상품도 개발 중이다.

대담=강기택 금융부장, 정리=전혜영기자, 사진=이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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