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부자 '케·카·토뱅' 가라 [머니가족]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6.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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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가족]중·저신용자에 희소식…인터넷은행 3사, 중금리대출 활성화 시동

편집자주 머니가족은 나머니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 겪을 수 있는 경제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머니가족은 50대 가장 나머니씨(55세)와 알뜰주부 대표격인 아내 오알뜰씨(52세), 30대 직장인 장녀 나신상씨(30세), 취업준비생인 아들 나정보씨(27세)입니다. 그리고 나씨의 어머니 엄청나씨(78세)와 미혼인 막내 동생 나신용씨(41세)도 함께 삽니다. 머니가족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올바른 상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재테크방법, 주의사항 등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머니가족/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머니가족/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취업준비생 나정보씨는 용돈벌이를 위한 자금을 빌리려 은행 문을 두드렸으나 거절당했다.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입장에서 나씨의 점수를 좋게 평가할 만한 항목은 없었다. 신용카드가 없고 신용대출을 받은 적도 없는 등 금융이력이 부족해서다.



나씨처럼 은행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에게 희소식이 들린다. 기존 시중은행이 감당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을 세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품기로 하면서다. 1호 케이뱅크, 2호 카카오뱅크가 자리잡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오는 9월 토스뱅크도 뛰어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많아진 만큼 중금리대출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스뱅크의 진입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카카오뱅크가 최근 들어 중금리대출 확대에 속도를 내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한도나 금리 면에서 중·저신용자 고객에게 혜택이 많아질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 계획./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 계획./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중·저신용자에 팔 활짝 벌린 인터넷전문은행…2023년까지 비중 30% 이상으로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들을 좀더 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중·저신용자에게 손을 내밀까. 2018년 10월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에 답이 있다.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 등이 법에서 정한 설립 이유다.

그에 앞서 특례법까지 만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을 탄생시킨 명분은 '중금리대출 활성화'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완화 등 파격적인 특혜를 준 대가였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34%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지금까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기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신용자들을 주로 취급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0.2%, 21.4%에 불과하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지적에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공감했다.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리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했다. 2023년까지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를 목표로 삼았다. 토스뱅크의 경우 44%로 목표치가 두드러진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중신용대출인데 최대한도 1억원에 최저금리 2.98%?…커지는 혜택
목표를 상향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바빠졌다. 중·저신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늘리면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고신용자 대출 금리와 큰 차이 없는, 최저 2%대 금리까지 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몇 달 사이 본격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을 끌어안기 시작했다. 아예 전담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820점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중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기존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3월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린지 3개월 만에 추가로 확대한 것이다.

금리도 대폭 깎았다. 중신용대출 상품 가산금리를 최대 1.52%포인트 인하해 최근 기준 최저금리는 2.98%를 기록했다. 금리 역시 지난달에도 최대 1.2%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같은기간 고신용자 신용대출 혜택은 줄이면서 '중·저신용자 모시기'에 힘쓴다.

다음달 9일까지는 '첫 달 이자 면제' 혜택도 준다. 지난 10일부터 카카오뱅크에서 신용대출이나 직장인 사잇돌대출을 새로 받은 중·저신용 고객이 대상이다. 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도 중·저신용 고객이 '26주 적금'에 가입하면 이자를 2배로 지급한다.

토스뱅크가 제시한 신용평가모형 비교 예시/이미지=토스뱅크 사업계획서 토스뱅크가 제시한 신용평가모형 비교 예시/이미지=토스뱅크 사업계획서
금융거래 없어도 통신요금 잘 내면 된다?…인터넷전문은행만의 신용평가 방식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는 어떻게 인터넷전문은행 문턱을 넘는걸까.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의 어떤 점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걸까. '무조건 대출'이 아니라 시중은행과 다른 신용평가모델을 가동한 결과다.

ICT(정보통신기술)에 특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거래 실적,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 정보 등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를 함께 본다. 통신요금 납부 정보, 휴대폰 소액결제 내역 등이 비금융 데이터에 해당한다.

대형 통신사, 빅테크, 핀테크에서 출발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비금융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구축할 역량을 갖췄다. 머신러닝(기계 학습) 등에 특화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에 특화한 모형을 만들어 주주사, 관계사와 협업해 데이터를 결합한다. 비씨카드, 다날의 결제 정보와 KT의 통신정보를 활용하는 식이다. 토스뱅크는 2금융권 고객 정보와 햇살론 등 중·저신용자 금융상품의 고객 정보를 반영해 CSS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휴대폰 소액결제, 카카오페이 결제 정보를 활용하는 등 대안정보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개인 사업자의 매출 데이터도 분석한다. 건강보험료 납부, 연말정산 내역 같은 공공정보도 활용할 방침이다. 통신3사의 통신료 납부 정보, 통신과금 서비스 이용정보 등을 통한 데이터도 이용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CSS는 믿을만 할까. 금융위는 '중남미 아마존'으로 불리는 '메르카도 리브레'의 사례를 들었다. 메르카도 리브레는 전자상거래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했는데 기존 CB사 모형보다 예측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1금융권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이 토스뱅크에서는 고객이 될 것"이라며 "위험한 고객을 도전적으로 모시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중·저신용자로 평가받은 이들이 고신용자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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