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의 활주로' 첫 한국형 경항모, 현대重 VS 대우조선

머니투데이 부산=최민경 기자 2021.06.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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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경항공모함 개발모형. 실물의 150분의 1 크기다 /사진=최민경 기자현대중공업 경항공모함 개발모형. 실물의 150분의 1 크기다 /사진=최민경 기자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경항공모함(경항모) 모델은 지난해 개념설계 모델보다 함재기를 더 많이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선박의 앞쪽엔 함재기가 이륙할 수 있는 스키점프대가 추가됐는데 이를 통해 함재기에 더 많은 무장과 연료를 탑재할 수 있게 개선했습니다."

지난 9일 찾은 부산 '국제 해양방위사업전(MADEX)'에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부스가 단연 눈에 띄었다. 두 조선사는 내년 입찰이 예상되는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최신 모형을 전시하며 홍보에 열심이었다.



1990년대부터 '해군의 숙원'이었던 경항모 사업은 지난해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공식화됐다.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기(VTOL), 헬기, 고정익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하며 해양통제 임무와 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다. 쉽게 말해 바다 위의 활주로이자 다목적 군사기지다. 특히 움직이는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면 이미 위치가 노출된 육상 기지와 달리 적의 타격이 어렵다는 강점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이기 때문에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만 항공모함을 갖고 있다. 한국형 경항모 사업은 건조 비용 약 2조300억원, 연간 운용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 기본설계에 들어가 2033년 전력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은 개념설계를 마쳤다.



기존 경항공모함 개념설계 모형(위), 현대중공업이 새로 설계한 경항공모함 최신 모형(아래). 최신 모델은 함정 앞쪽에 스키점프대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사진=최민경 기자기존 경항공모함 개념설계 모형(위), 현대중공업이 새로 설계한 경항공모함 최신 모형(아래). 최신 모델은 함정 앞쪽에 스키점프대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사진=최민경 기자
현대중공업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경항모 최신 모형은 전장 270여미터, 전폭 60여미터, 3만톤급이다. 해군이 초기에 구상한 경항모에 스키점프대를 새롭게 적용해 전장이 5m 늘어났고, 비행갑판 폭도 약 30% 늘어나 항공기 운용능력을 향상시켰다.

기존 개념설계 모델과 가장 달라진 것은 '스키점프대'다. 기존 모델이 헬기와 VTOL 전투기 등의 운용에 주력한 '강습상륙함'에 가깝다면, 이번에 새로 제시한 모델은 스키점프대를 활용해 고정익 전투기를 더 잘 운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영국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함의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이 퀸엘리자베스함 설계의 50% 이상을 담당한 영국 군수지원 기업인 '밥콕'과 협력해 설계한 만큼 그 영향을 받았다. 스키점프대가 있으면 평갑판보다 함재기가 더 많은 무장을 달 수 있고 연료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기존 일체형이던 함교·통제탑을 퀸엘리자베스함처럼 2개로 분리해 비행갑판 운용능력 및 유동분포를 개선했다. 함교가 2개면 한쪽이 적에게 피격돼도 다른 쪽으로 작전을 이어갈 수 있다. 함재기를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오르내리는 승강기도 좌·우현에 각각 1개씩 둬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유리하게 설계했다. 갑판 폭이 기존 모델보다 넓어져서 좌·우 양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단 설명이다. 이외에도 미래 확장성을 위해 무인 드론, 무인 항공기와 무인 함정을 탑재할 수 있는 설비도 개발했다.


대우조선해양 경항공모함 모형/사진=최민경 기자대우조선해양 경항공모함 모형/사진=최민경 기자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해군의 모든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함정의 사이즈를 압축시켜 운용비를 절감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스키점프대가 없는 평갑판이며, 전장은 263m로 현대중공업 모형보다 약 7m 짧다. 갑판의 효율성을 위해 승강기도 우현으로 몰았다. 대우조선해양 모형의 항공갑판엔 함재기 16대와 무장헬기 6대가 배치됐다. 갑판 밑엔 전투기 12대를 배치해 수리·정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뒀다.

대우조선해양이 설계 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소티 생성률(sortie generation rate)'이다. 일정 시간 내 전투기의 출격 가능 횟수를 뜻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소티 생성률을 높이기 위해 소티 산출 시뮬레이터를 자체 개발해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 경항공모함 모형. 갑판 밑에 전투기 12대를 수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뒀다./사진=최민경 기자대우조선해양 경항공모함 모형. 갑판 밑에 전투기 12대를 수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뒀다./사진=최민경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해군 의뢰로 경항모 건조 가능성 검토를 수행한 이래로 자체 개념설계를 해왔다. 대우조선해양과 손을 잡은 업체는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다. 핀칸티에리는 이탈리아 경항모인 카보우르함을 제작했다. 카보우르함은 미국 아메리카함, 영국 퀸엘리자베스함과 더불어 해군이 한국형 경항모를 구상할 때 참고한 항공모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전부터도 핀칸티에리와 기술 협력을 진행했지만, 전날 MADEX에서 공식적으로 기술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항모 관련 미확보 기술을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확보해 해군에 제공하기 위해 핀칸티에리와 계약했다"며 "방사청에서 배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에 주안점을 둔만큼 그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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