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상장 코앞인데...장병규가 반년간 대전에서 한 일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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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올 상반기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매주 대전에 머물렀다. 기업공개(IPO)라는 빅 이벤트를 앞둔 그가 서울 본사를 떠나 대전에서 몰두한 것은 바로 '정글'이다.

정글은 카이스트 전산학부 졸업생인 장 의장이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장, 이병규 스파르타코딩클럽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든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사관학교'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5개월간 합숙하며 과거 청년 장병규가 그랬듯 주 100시간 이상 코딩에 몰입한다. 올해 정글은 이같은 '장병규 키즈'를 100명 가까이 배출할 전망이다. 장의장은 후배 개발자를 위해 기꺼이 재능기부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1기를 마친 정글은 오는 8월과 10월 2, 3기를 모집한다. 각각 30명씩 올해에만 약 90명의 수료생을 배출한다. 2기에는 토스·쏘카·마켓컬리 등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협력사로 참여해 경영진 강연을 진행하고, 우수 수료생을 우선 채용할 예정이다.

앞선 1기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이미 기업에 취업한 이들도 지원해 새벽 2~3시까지 주 100시간의 '스파르타식' 자기주도 학습을 이어갔다. 사실상 하루 14시간씩 코딩에 몰두한 셈이다. 여기엔 방학 때마다 학교에 남아 주 80시간씩 코딩을 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한 장 의장의 대학 시절경험이 반영됐다. 장 의장이 수강생들에게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도 주목한 '정글'…"100~200명 단위로 키울 것"
/사진=SW 사관학교 정글/사진=SW 사관학교 정글
장 의장은 국내 개발자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글을 직접 제안했다. 류 학부장은 정글 홍보 동영상에서 "장 의장이 '선진국에선 SW 산업이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나라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학교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라며 근본적인 걸 가르치고 싶다고 저를 설득했다"라고 말했다. 이때 '근본'이란 '몰입의 경험'을 말한다.

장 의장은 "주 100시간을 강조하는 이유는 적절한 환경에서 몰입했을 때 얼마나 빨리 변화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이 모르기 때문"이라며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코딩하면 압축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팀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해결과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다"라며 "정글은 단순 취업이 아니라 5~10년 뒤에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개발자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자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글을 SW 인재 양성을 위한 기업·대학 간 우수 협력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정글과 같은 민관 협력사례를 늘려 오는 2025년까지 약 9만여명의 SW 인재를 추가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업계에서 예상하는 부족 인력 2만9000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글 역시 향후 100~200명 단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 의장은 "1기 수강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라며 "성과에 대해 말하기엔 이르지만 훌륭한 개발자를 배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자 양성이 업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 그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멘토로도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장이 국내 개발자 양성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장 의장은 지난해 1월 카이스트에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한 데 이어, 최근 카이스트 출신의 크래프톤 전·현직 구성원 11명과 총 55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여기에 크래프톤도 55억원을 보태 총 110억원으로 전산학부 건물을 증축하기로 했다.

장 의장은 "열정적으로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 나도 열의를 가질 수 있다"라며 "후배들이 한 번쯤은 내가 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며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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