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저' 당한 MZ세대 오타쿠…유통업계 떠오르는 '큰손' 됐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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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굿즈숍 등 MZ세대 모객하는 데 효과적…"팬심 강한 덕분"

지난 5월1일 AK& 홍대점 '애니메이트' 오픈 당일,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사진=AK&지난 5월1일 AK& 홍대점 '애니메이트' 오픈 당일,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사진=AK&


애니메이션 팬들이 유통업계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팬들은 '오타쿠'(お宅·한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라고 불리고, 이들의 문화도 '서브컬쳐'(하위문화·Subculture)로 여겨져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들이 강한 팬심(팬+心)을 바탕으로 다른 상업·체험·F&B(식음료)시설보다 강력한 모객 효과를 보여주면서 유통업체들이 이들 모시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들이 애니메이션 굿즈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개설하는 등 애니메이션 팬들의 유입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열정적인 팬심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 팬들은 아무리 가격이 비싸거나, 대기를 오래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굿즈를 구매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인 만큼, 애니메이션 팬들을 모객할 경우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AK&홍대점 애니메이트 매장 전경 /사진=AK&AK&홍대점 애니메이트 매장 전경 /사진=AK&
실제 용산 HDC아이파크몰, AK&홍대점 등이 애니메이션 팬들을 통한 모객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들 복합쇼핑몰들은 콘텐츠 라이선싱 전문기업 대원미디어가 운영하는 애니메이션·게임 전문점 '애니메이트'를 입점시켰다. 아이파크몰 애니메이트는 2017년 12월 문을 열었고, AK&홍대점 애니메이트는 지난 5월1일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기존에 일본에서만 살 수 있던 각종 피규어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가끔씩 한정으로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팔기 때문에 매일 전국 각지의 애니메이션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팬들을 통한 모객 효과는 최근 핫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능가한다. AK& 홍대점 애니메이트는 개장 첫 주말에만 약 1만4000명이 몰려 긴 줄이 늘어섰다. 오픈 한달 차를 맞은 AK& 홍대점 애니메이트는 단일 매장의 누적 방문객 5만명을 돌파했다. AK& 관계자는 "주말에는 일평균 수천명의 고객이 몰릴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고 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팝업으로 운영하는 '짱구 카페' 판매 목록/사진=팝버블 카페 인스타그램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팝업으로 운영하는 '짱구 카페' 판매 목록/사진=팝버블 카페 인스타그램
아이파크몰의 상황도 유사하다. 오픈한지 햇수로 3년을 넘긴 매장이지만, 여전히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매달 콘셉트를 정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데, 지난 5월부터 운영하는 '짱구 콘셉트 카페'는 전국의 짱구팬을 불러모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오픈 전부터 '짱구 카페'를 위한 줄이 길게 형성되는데, 오픈하는 오전 11시에 이미 대기번호 100번이 생기고, 2~3시간 대기하는 게 일반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애니메이트를 찾는 MZ세대가 많다"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몰 안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앞으로 유통가가 오타쿠 등 서브컬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의 높은 팬심이 집객과 매출 증진에 즉각적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AK&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웹툰&캐릭터 전문 카페인 '모펀 카페' 오픈과 지난 5월 '애니메이트' 오픈 등이 MZ세대 모객에 상당한 효과를 냈다"며 "앞으로도 여러 취향을 저격하는 전문점들을 입점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AK& 홍대점은 지난 5월 매출이 코로나19(COVID-19) 발발 전인 2019년 5월보다 매출이 증가했을 정도로 최근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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