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제기한 이화전기, 이디티 지분 매각 왜?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06.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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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이디티 (1,505원 0.00%)의 최대주주인 이화전기 (899원 ▲129 +16.75%)공업(이하 이화전기)가 임시주주총회 소집 결정 이후 보유 지분 절반 가량을 장내 매각했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해야하는 최대주주가 주주명부폐쇄 전 지분을 장내매도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화전기는 지난달 25일, 28일 양일간 장내에서 보유중인 이디티 보통주 661만5812주를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평균 1200원이다. 이화전기는 매각을 통해 73억5200만원 가량을 회수했다. 지분 매각 이후 이화전기의 이디티 지분율은 21.47%에서 11.75%으로 줄었다.

이화전기는 지난해 2월 유니맥스글로벌의 유상증자시 신주인수권을 갖고있던 특수목적법인(SPC) 디알인터내셔날과 함께 유니맥스글로벌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디알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이화전기다. 유니맥스글로벌은 최대주주 변경이후 이디티로 사명이 변경됐다. 이화전기는 유니맥스글로벌의 채권자였던 라카이코리아가 보유한 이디티의 보통주 110만8977주와 엄승현씨가 보유한 신주인수권부사채 272만8461주를 장외에서 인수해 5%이상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화전기는 이후에도 꾸준히 이디티의 지분을 늘려왔다. 올해 1월에는 시설 및 채무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이디티의 146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48만6005주를 취득했다. 보유주식은 159만4982주로 늘었지만 증자로 인한 희석 탓에 지분율은 3.05%로 변동됐다.

경영진 vs. 최대주주간 분쟁…경영진 완승
디알인터내셔날을 앞세웠던 이화전기가 이디티의 최대주주로 자리를 바꾼 것은 경영권 분쟁 우려가 제기된 지난 4월부터다.신규 성장동력으로 항공기 정비 및 임대업 진출을 모색한 이디티는 글로벌 항공기 임대 및 리스 전문기업 '월드스타 에비에이션(WSA)'의 한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60억원규모의 신주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이사회를 열고 소명섭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기존 사내이사 해임과 신규 사내·외이사 선임 계획도 마련했다.

갈등은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소 대표는 앞서 이화전기그룹내 내부고발을 이유로 강제 해임됐다. 이화전기는 소 대표 선임과 신규 투자자 유치를 자신들과의 경영권 분쟁을 위한 행보로 해석해 방어에 나섰다.


우선 이화전기는 4월들어 77억원을 투입해 553만4199주를 장내에서 매입하며 지분율을 늘렸다. 4월22일에는 보유중이던 신주인수권의 권리 행사를 통해 지분을 21.47%(1461만5812주)까지 끌어 올렸다. 신규 투자자의 지분 확보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화전기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WSA의 이디티 지분 확보를 가로 막았다.

하지만 지난 5월 20일 열림 임시주총에서 이화전기는 완패했다. 소액주주들이 이화전기가 아니라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이후 이화전기는 이튿날인 21일 또 한번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번 임총에서는 이사회 정수 증원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과 소명섭 이사의 해임, 신규 이사진 선임안 등을 요구했다. 최대주주의 요구에 이디티는 지난달 24일 정관 일부 변경 등을 담은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주총일은 오는 7월22일이다.

지속된 경영권 분쟁, 이화전기에 지분 매각 결정...7월 임총 포기?

증권업계는 이화전기의 매각 시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우려를 제기하며 지분율을 한창 끌어 올리던 이화전기가 한달여만에 보유주식 절반을 매각해서다.

7월 22일 임시주총의 주주명부폐쇄일은 6월 8일이다. 이화전기 입장에서는 임시주총에서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 의결권 70%를 요구하는 특별결의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주식 매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화전기는 주주명부폐쇄일을 앞두고 주식 매수 대신 매도를 선택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가가 오르고, 특별결의 통과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영권 분쟁 우려가 제기되기 이전 주당 600원에 머물던 주가는 3월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700원을 넘어섰고, 6월 현재 1400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화전기가 이디티의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135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일부 지분 매각이후에도 보유중인 주식(800만주)의 지분가치는 112억원이다. 현 수준이라면 기존 회수분을 고려한 투자 수익은 1년만에 50억원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임총에서 완패했다는 점에서 이화전기로서는 대규모 지분 확보없이 분쟁의 향방을 전환할 카드를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지속적인 경영권 분쟁 우려가 회사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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