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500억 시장인데"···카드사들 개인사업자CB 눈독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1.06.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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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Credit Bureau)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분주하다. 일부는 금융당국에 정식 허가 신청을 냈고, 일부는 신용평가사들과 업무제휴를 통한 서비스 공동 개발에 들어가면서 상용화를 타진 중이다. 관련 시장 규모가 작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서비스 판매 등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단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를 제도권 대출 시장으로 유입하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BC카드가 조만간 개인사업자CB 예비허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한다. 지난 4월 신한카드와 5월 KB국민카드에 이어 세 번째다. 삼성카드도 개인사업자CB 사업 진출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중소형사들은 신용평가 회사들과 제휴를 우선 맺고 개인사업자CB 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휴 모델로 사업성을 따져본 뒤에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산이다.



개인사업자CB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의 특수성을 반영해 운용할 수 있는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별로 상세한 매출내역 등의 정보를 갖고 있다. 기존 신용점수로는 평가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의 신용 상태를 다양한 정보로 재평가 할 수 있다.

당초 카드사들은 신용조회업을 겸영할 수 없었으나 카드사 개인사업자CB 사업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과제로 선정되면서 가능해졌다. 더욱이 지난해 개인의 동의에 상관없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비식별화)를 한 정보는 상업적으로 쓸 수 있게 한 이른바 '데이터3법'이 도입됐다. 혁신금융에 선정되지 않은 카드사들도 개인사업자CB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기존에 거론됐던 것처럼 카드사의 개인사업자CB 시스템이나 정보를 다른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개인사업자CB 시장 규모가 500억~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한다. 다수의 사업자가 참전하게 되면 그만큼 파이는 작아진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한때 개인사업자CB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개인사업자CB를 향후 자사 대출 상품을 이용할 잠재적 고객 확보에 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사업자CB로 신용평가를 하면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이 카드론 등 더 낮은 금리의 제도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늘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개인사업자CB 기반 신용정보로 타 금융 기관 대출을 연계, 수수료를 통한 수익 창출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혁신금융 허가를 받고 '개인사업자 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카드가 사업장의 매출·업력·고객방문패턴·지리 정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개인사업자CB 결과를 바탕으로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대출 상품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직접 판매를 포함해 대출 연계 등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개인사업자CB에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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