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치매 늦추는 신약 등장...'국산 치료제' 개발에도 훈풍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6.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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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치매 늦추는 신약 등장...'국산 치료제' 개발에도 훈풍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개발해온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서 치매를 늦추는 첫 신약이 나왔다. 국내에서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도 상용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다. 이 가설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뇌 속에는 덩어리 형태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여있다고 전제한다. 아두카누맙은 이 단백질을 없애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항체 치료제다. FDA는 기존에 도네페질, 도네페질·메만틴 복합제, 리바스티그만, 갈란타민 등을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 의약품으로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은 증상 완화가 아닌 알츠하이머성 치료제로 승인받은 최초의 사례가 됐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 등장한 후 이 가설을 입증한 첫 치료제가 됐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일동제약 (14,810원 ▲410 +2.85%), 젬백스 (11,120원 ▲80 +0.72%)엔카엘, 메디포스트 (6,700원 ▲60 +0.90%) 등이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치매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젬백스엔카엘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의 국내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험 대상자 수 부족 등의 이유로 이 임상을 반려했으나, 회사는 재도전을 준비중이다.

GV1001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는 기전이다. 회사는 GV1001이 이미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아두카누맙보다 더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젬백스엔카엘 관계자는 "약효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3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 조정 때문에 반려됐다"며 "이를 보완해 재신청을 준비중이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FDA로부터 중등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2상시험계획(IND)도 승인받았다. 다만,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아직까지 별 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두카누맙이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GV1001은 중등도에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 환자들은 대부분 요양원에 있다"며 "환자가 격리돼 있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으로 임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요인이 해소되는 대로 임상에 착수하려 한다"고 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천연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ID1201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이다. 회사는 이 성분이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인지 기능은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피험자 모집 단계로 진척이 미미한 상황이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줄기세포로 만든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뉴로스템'의 임상 1·2a상을 마치고 장기추적에 들어갔다. 메디포스트는 2013년 임상시험을 시작해 지난해 1월까지 진행했다. 이 임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뉴로스템을 투약한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베타아밀로이드 수치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뉴로스템 투약 후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줄어든 만큼 이 수치 감소와 인지능력 개선에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장기추적결과 확인 후 추후 단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디프론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치료제 개발이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제약사들이 개발을 보류하거나 중단했다. 광동제약은 천연물 치매 치료제 KD501의 제품 개발을 보류했다. SK케미칼도 할미꽃 뿌리 백두옹을 원료로 한 SK-PC-B70M을 임상 3상까지 진행했지만 중단했다. 대화제약은 천연물 치매치료제 'DHP1401'의 임상 2상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개발이 어려운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에서도 이번 아두카누맙의 품목허가 승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계적으로도 알츠하이머 환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치료제 임상을 비롯해 개발이 어려웠다"며 "글로벌에서 전무했던 치료제 승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국산 치료제 개발도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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