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ESG 중심" 여성·환경 전문가에 이사회 맡긴 효성 조현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우경희 기자 2021.06.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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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마포본사 사옥/사진=효성효성 마포본사 사옥/사진=효성


효성이 민간 대기업 중 처음으로 여성이자 환경전문가 이사회 의장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경영 관행들을 볼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향한 진심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패션과 첨단소재 등 화학산업 기반에 모태를 두고 반세기를 넘긴 효성이 지속가능한 다음 100년을 향해 던진 승부수라는 평가다.



"다양성 없는 이사회론 리딩 컴퍼니 못 돼"…의장·대표 분리서 한 발 더 나간 효성
8일 재계에 따르면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키로 한 효성의 이번 결정은 지난 2018년 조현준 회장이 기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던 관행을 깬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사회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실어줬을 뿐 아니라 다양성과 전문성까지 부여해 이를 적극 존중하겠단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이사회에 여성 비율이 낮다는 것은 성별 다양성 확보의 차원에서 늘 숙제로 지적돼왔다.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최근에서야 지배구조 개선의 바람을 타고 이사진에서 여성을 선발하려는 노력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올해 3월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현황 조사 결과, 재선임 및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모두 160명 이었다. 이 중 97명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이 중 남성이 66명, 여성이 31명이었다.

이 경우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440명) 중 여성 비율이 지난해 7.9%에서 올해 13.4%로 높아질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여전히 여성 이사 비율이 20%에 못미친다.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는 전체 100곳 중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50곳으로 늘어난다.

제도적 변화도 흐름을 뒷받침한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효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민간기업으로 자발적으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둔 것이다.


성별과 인종 등 이사회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최근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말 글로벌 커피 기업 스타벅스가 이사회 의장에 흑인 여성이자 투자회사 아리엘 인베스트먼츠 공동 최고경영자 출신 멜로디 홉슨을 앉힌 것이 화제였다. 종종 인종차별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스타벅스가 문제 해결을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됐다. 홉슨은 S&P500 지수 포함 기업 이사회 의장들 중 유일한 흑인 의장이 됐다.

이를 집중 조명한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들은 이사회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더 많은 투자자와 규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해석했고 홉스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사회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다양성을 둘러싼 진지한 아젠다를 갖지 못한다면 선도 기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의 이번 선택도 이같은 세계적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탈탄소 흐름에 동참중인 효성…100년 기업 향해 정진하고 전진한다
김 의장이 지닌 환경 전문가란 타이틀도 의미가 크다. 최근 전 지구적 탈탄소 움직임은 화학업종 등 기존 탄소 다배출 기업들에 더 큰 변화에의 압력을 종용하고 있다.

효성그룹 모태는 창업주 고(故) 만우 조홍제 회장이 1966년 창업한 동양나이론이다. 섬유 사업을 토대로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금융 등 사업 다각화로 몸집을 키워냈다. 화학에 뿌리를 둔 회사인 만큼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려면 대전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효성의 그 간의 경영활동을 살펴보면 이미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탈탄소 움직임에 적극 동참중이다.

변압기 등 전력 기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은 울산 용연부지에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를 올해 착공, 2023년부터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서는 1만3000톤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해 효성이 수소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힘을 보탠다. 효성은 향후 수소 충전소 건설과 운영 등 수직계열화된 수소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내년까지 전국에 120여 개 수소충선소를 설치한다.

효성티앤씨는 페페트병에서 뽑아낸 섬유 브랜드 '리젠'을 론칭한 후 여러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들과 손을 잡고 '새활용 문화'를 확산 중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탱크에 쓰이는 탄소섬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효성은 올해 4월 이사회를 열어 ESG 경영 강화를 위해 기존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를 ESG 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기존 위원회가 수행했던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심의,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경영사항 의결 등 역할 외에도 ESG 관련 정책 수립, ESG 정책에 따른 리스크 전략 수립, 환경·안전·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투자 및 활동 계획 심의 등 책임을 맡는다.

ESG 위원회 구성원으로도 활동 중인 김 의장이 전체 이사회도 이끄는 만큼, 효성이 앞으로 친환경을 위한 노력은 물론 ESG 경영을 기업 아이덴티티로 제대로 각인시키겠단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ESG 위원회 설치 역시 최근 국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 지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0대 상장사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도입한 곳은 12개사로 포춘(Fortune) 100대 기업 중 63개사가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도입한 것과 비교됐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이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ESG 위원회를 속속 도입중인 것에 대해 "각 기업이 ESG 경영을 형식적으로 주창하는 것이 아닌, 정말 의사결정 기구 안으로 들여와서 내·외부적으로 활발히 소통하겠다는 의지란 점에서 ESG 경영 성과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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