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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고가행진…2만원 넘었을 레버리지ETN 850원, 왜?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1.06.0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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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고가행진…2만원 넘었을 레버리지ETN 850원, 왜?




국제유가가 장중 2년 만에 처음으로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들이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 상품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시계를 조금만 거꾸로 돌려 지난해 초 상황을 보면 증권시장에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유가는 오르는데 추종상품 가격은 왜이래?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9.23달러에 거래됐다. 상승세가 거침없다. 지난해 6월 원유가 배럴당 30불 후반대에서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만에 2배가량 뛰었다.



미국과 유럽의 백식접종이 빠르게 확산하며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가격을 추종하는 ETP상품들의 가격은 이상하다. 특히 빠른 상승세에 큰 이득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들은 동전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거래되는 레버리지 상품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등 총 4개다.

이들 상품은 지난 2016~2017년 상장해 1만원에 레버리지ETN 증권을 거래해왔다. WTI와 타 원유선물을 함께 투자하는 미래에셋과 달리 오직 WTI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3개 상품은 현재 700~800원에서 거래 중이다.

◇2만원 되려면 유가가 400달러
지난 2018년 5월4일 WTI가격이 69.72달러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일 때 3개 상품은 2만원대에 거래됐다. 미래에셋은 3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비슷한 유가수준에도 동일한 상품이 많게는 3%, 적게는 1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만약 현재 레버리지상품 가격이 2만원까지 오르기 위해선 유가는 현재의 6배 수준인 배럴당 400달러를 넘어야 한다. 이는 2008년 역대 최고가인 147달러의 3배 수준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사실 유가가 저점일 때 지표가치가 60원이었는데 지금은 600원대까지 올라와 비율로 따지면 엄청나게 오른 것"이라며 "그래도 예전처럼 몇천원 수준으로 오르려면 유가가 몇 번씩 두배로 올라야해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4월 초유의 마이너스유가 사태로 ETN이 추종하는 원유 지표가치가 폭락하며 상품의 제기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이너스유가 여파로 레버리지ETN의 지표가치는 수십원대로 폭락했다.

원유선물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ETN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는데 지표가치가 0원과 가까워질수록 실제 원유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만약 지표가치가 1이라고 가정하면 유가가 50% 폭등(레버리지는 100%)해도 2까지 밖에 못오르는 식이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지표가치와 실제ETN 가격과의 괴리율이 줄어들 때까지 거래정지를 반복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괴리율은 정상화됐다. 하지만 1년 넘게 동전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액면병합은 1년 넘게 공회전
금융위는 지난해 5월 동전주로 전락한 ETN을 되살리기 위해 액면병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법무부의 반대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면병합은 액면가가 낮은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실제 증권가치의 변동은 없지만 시장가가 높아져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는 현행법상 ETN이 액면병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법 등은 병합의 대상을 '주식'으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지수변동 만큼 수익을 투자자에게 보장하는 ETN은 일종의 채권으로 병합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N은 만기 때 지표가치 만큼의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무이자채권과 비슷하다"며 "채권이 발행자 신용과 직결되는 특성들을 생각하면 (ETN을) 이와 유사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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