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ESG 투자, AI가 직접 돕는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6.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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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ESG 투자전략]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제 인공지능(AI)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도우미로 나서는 시대다.

그동안 전 세계적인 ESG 열풍에도 각 기업의 ESG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AI를 ESG 평가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AI 기반 ESG 지수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발전소가 AI 기반 ESG 평가모델을 만들어 주요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에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AI가 직접 ESG 성과를 평가한다?
SK증권은 '인공지능은 ESG 투자를 도울 수 있을까요?' 보고서에서 AI가 주도하는 ESG 분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의 선두주자는 인공지능, 데이터마이닝 전문 업체인 트루밸류 랩스(Truvalue Lab)다.

트루밸류 랩스는 뉴스를 비롯해 13개 언어로 된 10만개 이상의 비구조화 텍스트 소스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해 ESG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약 1만6000개 기업을 커버하면서 수백만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매달 이같은 수준의 업데이트를 사람이 직접 하려면 약 50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ESG를 자신의 투자와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AI 기반의 지수도 등장했다. 독일의 금융지수 제공업체 솔랙티브(Solactive)와 함께 만든 'Solactive Truvalue ESG 미국 지수'가 대표적이다. AI가 제공하는 실시간 데이터로 만든 첫 ESG 벤치마크로 평가받는다.

SASB(지속가능 회계기준 위원회)의 지속 가능한 산업 분류 시스템에서 석유, 가스, 석탄, 담배 등과 관련된 산업을 제외한다. 특히 화석 연료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기업의 노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Solactive Truvalue ESG 미국 지수 TR'을 보면 애플을 비롯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을 주로 담고 있다. 8일 기준으로 △애플 △제너럴 일렉트릭 △뱅크 오브 아메리카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순으로 비중이 크다. 이 지수는 최근 1년간 약 35%, 올해 들어서는 약 11% 상승했다.


왜 ESG 시장에 AI가 등장했을까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까지 ESG 관련 글로벌 투자 규모는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53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ESG를 직접 투자에 활용하기 어렵고 성과도 부진하면서 갈수록 관심이 시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ESG 성과가 매출액, 영업이익처럼 숫자로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 근거가 되는 데이터 역시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전 세계 기관 투자자의 83%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각 기업의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공시 의무도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알쏭달쏭한 ESG 투자, AI가 직접 돕는다
이처럼 어렵게 얻은 ESG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평가기관에서 제공하는 ESG 등급도 각양각색이다. 환경 부문은 예전에 비해 많이 수치화됐지만 여전히 사회와 지배구조는 초기 단계다.

이런 배경에서 AI가 주도하는 ESG 분석이 관심을 받고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지금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이용되지만 앞으로 AI 도입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분석은 여러 해에 걸친 지속가능성보고서와 기사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문자 그대로를 분석하던 이전과 달리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도 사람처럼 정확하게 해석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실제로 AI는 단순히 주요 보고서를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예컨대 기사에서 '뇌물수수'라는 단어를 발견했다고 단순히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조사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식이다. 레피티니브는 자연보호 등 키워드로 국가별 지속가능혁신 점수를 수집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장 만족도를 지수화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ESG 데이터 시장 규모는 올해 10억달러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올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블룸버그, FTSE, MSCI 등 기존 데이터 공급업체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ylics), 트루밸류 랩스 등 ESG에 특화된 업체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속가능발전소가 매일 1만건 이상의 뉴스 데이터를 통해 ESG 위험을 측정하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ESG 데이터 시장에는 다양성과 속도, 용량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ESG 전문업체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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