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철새'에 통행료…삼성증권, 청약 수수료 신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구단비 기자 2021.06.0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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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삼성증권 (40,700원 ▲100 +0.25%)이 공모주 일반 청약 수수료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 SK증권 (616원 ▼1 -0.16%)에 이어 세번째다. 미래에셋증권 (8,130원 ▲30 +0.37%), NH투자증권 (11,790원 ▼560 -4.53%),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움짐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사들이 일제히 청약 수수료 신설 검토에 나선 건 균등배분만을 노리고 뛰어드는 '공모주 철새'에게 통행료를 받는 한편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오는 20일 중복청약 금지로 청약 수수료 유무가 투자자에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오는 28일부터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청약 수수료 2000원을 부과한다. 다만 높은 경쟁률로 청약 미배정시 수수료를 면제한다.



앞서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받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뿐이었다. 역대 최대 청약금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 (73,100원 ▼1,300 -1.75%)(SK IET) 청약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약 20억원, SK증권은 약 6억47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초 균등배분 도입 이후 늘어난 청약 수요로 업무 부담이 커졌다"며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서 일반고객 대상 청약 수수료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균등배분 도입 이후 공모주 청약건수가 크게 늘었다. 최소 청약주수(10주)만 충족하면 균등배분 물량을 받을 수 있어 소액으로도 공모주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SK IET의 청약건수는 474만4557건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61,700원 ▼300 -0.48%)의 역대 기록(239만8167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번 청약 수수료 신설은 자사 청약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모주 철새에 대한 통행료 지급 성격이 짙다. 공모주 투자자 대부분은 청약으로 받은 공모주를 자신의 주요 증권사 계좌로 이전한다. 이 때문에 공모주 상장 이후 전산마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틀째인 지난 3월 19일 일부 증권사들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이 접속장애를 보였다. 차익 실현을 위해 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증권사 간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이전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들(공모주 철새)은 사실상 공모주 청약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라며 "문제는 문제대로 발생하는데 증권사만 위험 부담을 떠안는 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이번 청약 수수료를 신설하면서 국내주식 타사대체 즉 다른 증권사로 주식을 이전하는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는 20일 중복청약 중단으로 청약 수수료가 크게 의미 없어졌다는 점도 청약 수수료 신설을 뒷받침 한다. 여러 증권사에 한꺼번에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중복청약이 가능한 상황에서 소액 투자자들은 2000원의 청약 수수료가 수익률과 직결된다. 그러나 중복청약이 중단된 상황에서는 해당 증권사가 갖고 있는 일반 청약 배정 물량이 중요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상장을 앞둔 카카오페이의 대표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청약 수수료 신설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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