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내연기관차처럼 '시끄러워야' 팔린다. 포르쉐가 이를 증명했다. 포르쉐 타이칸의 '우주선 같은 모터 사운드'는 일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7일 포르쉐코리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르쉐 타이칸의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9072대다.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만 655대가 판매됐다. 차 값이 1억원을 훌쩍 넘어 전기차 보조금을 단 1원도 받지 못하는데도 올린 성과다.
우주선에서 날법한 소리를 내는 'E-스포츠 사운드'는 주행 속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실시간으로 변화돼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걸 기존 내연기관차처럼 '귀'로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스포츠 사운드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트랙을 주행할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한 후 변주해 만들었다. 한 때 영화 스타워즈 우주선 사운드팀이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만큼 실제 우주선에서 들릴 법한 소리여서 나온 루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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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코리아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Taycan) 터보 S'를 국내 최초로 출시해 선보이고 있다. '타이칸'은 기존 전기차의 일반적인 400볼트 대신 800볼트 전압 시스템을 최초 적용해, 도로 위 급속 충전네트워크의 직류(DC) 에너지를 활용해 단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 가능하며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더 뉴 EQS/사진제공=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벤츠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전기 세단 더 뉴 EQS에 자체 개발한 전기차 사운드를 탑재한다. 물리학자, 음향 디자이너, 미디어 디자이너, 기계공학·전기공학을 융합한 메카트로닉스 전문가가 팀을 이뤘다.
특히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는 경우 2가지 소리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주행모드, 회생제동 강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음역대가 변화한다는 게 특징이다.
영화음악 감독 한스 짐머가 BMW에 들어갈 사운드를 디자인 하는 모습./사진제공=BMW
올해말에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전기차 SUV iX와 2022년 출시 예정인 스포츠 쿠페 모델 BMW i4에도 한스 짐머와 사운드 디자이너 렌조 비탈레가 공동 작업한 주행 소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BMW iX/사진제공=BMW코리아
아우디 e-트론 GT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아우디 e-트론 GT는 전기차 내부 소리, 외부 소리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각각 볼륨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무소음 주행부터 다이나믹한 사운드 배경까지 고객이 스스로 사운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사도 '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내달 출시 예정인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 EV6에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들어갔다. 스타일리시·다이나믹·사이버 세 종류로 구성됐으며 주행 속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실시간으로 달라진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다만 이 기능은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옵션을 추가해야 탑재된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에 기아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EV시리즈 'The KIA EV6, EV6 GT line'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디자인과 주행거리를 제외하고서는 전기차들의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각 브랜드별로 고성능 차에 들어가는 사운드를 자체 개발해 경쟁사와 차이점을 두려고 하는데, 이같은 움직임은 점차 모든 완성차 제조사들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