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만으론 못산다' 반격 나선 은행, 앱 살림 나아질까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6.0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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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신사업 키우는 은행들/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비금융 신사업 키우는 은행들/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시중은행들이 '금융만으론 못 산다'며 비금융 서비스를 무한 확장한다. 음식 배달, 택배, 중고차 거래 등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다른 금융사나 빅테크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비금융', '플랫폼'을 경영 키워드로 삼고 사업 추진단을 꾸리거나 이종업계와 업무제휴를 활발히 하고 있다. 업종간 경계 없이 데이터가 오가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배달음식 주문 시장에 도전장을 낸 신한은행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뱅킹 앱(애플이케이션) '신한 쏠(SOL)' 안에 음식 주문 플랫폼을 넣을 계획이다. 새로 생긴 'O2O 추진단'은 비금융 신사업을 전담한다. 은행 안에서 별도로 움직이는 스타트업 같은 조직이다. 당장은 음식 주문 플랫폼을 만드는 데 올인한다. 궁극적으로 은행 내 별도의 회사 개념인 CIB(Company in Bank)가 되는 게 목표다. 비금융 사업을 무한대로 넓히는 전초병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2018년 1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손잡고 신한 쏠에서 MVP 투표, 결과 맞히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일찍부터 비금융 사업을 키워왔다. 올해는 넥슨, 서울옥션블루 등과도 손을 잡았다. 신한 쏠에서 가입 아이템을 받고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지분 취득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엔 온라인 차량 정보 업체 '겟차'와 협업해 전기차 가격 조회, 리뷰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생활 서비스를 추가했다.



우리은행은 편의점과 연계한 택배 픽업 서비스를 연내 시작한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에서 중고차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시세, 실거래가, 공시가격 등 부동산 정보를 종합한 플랫폼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처음으로 생체정보로 공항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도록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건 '플랫폼 강자'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한 데 따른 '반격'이다. 금융 영역을 독점할 수 없게 되면서 비금융 경쟁력이 절실해졌다. 금융업만으론 수익성 확대에 한계가 있어 신사업을 키우려는 측면도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가 금융 영역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은행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금융법 체계 안에서 가능한 일이 제한적이어서 이종업종과 제휴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은행 앱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고객이 거래은행을 자주 바꾸지 않기에 기존 은행 앱이 고객 수를 늘리려면 차별화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신한 쏠은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수가 1311만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61만명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일각에선 비금융 신사업이 늘어나면서 은행 앱이 무거워지는 부작용을 염려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술적 제휴도 늘려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서비스가 대박 날지 몰라 다양한 시도를 하느라 은행 앱이 복잡하고 무거워질 수 있어 다들 고민 중"이라며 "기술적인 해답을 함께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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