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인생 불쌍"…피해 공군 중사 남편 찾아가 압박한 상관들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6.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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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B중사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방부 제공)'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B중사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방부 제공)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으나 부대 내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A중사 사건과 관련해 부대 상관이 고인의 남편을 찾아가 사건 무마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A중사 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한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그 사건의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부대 측이)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느냐' 이런 류의 내용이었다"며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2차 가해가 이뤄졌기 때문에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큰 원인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중사 유가족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B중사 외에도 직속상관 3명을 고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들 중에는 또 다른 자리에서 A중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고소내용을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며 "왜냐하면 아직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금 이 사건의 심각성은 지금 이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다"며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족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 소재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A중사는 지난 3월 저녁 회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선임 부사관인 B중사로부터 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A중사는 지난달 21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남겨놨으며 휴대전화에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A중사의 사망 소식이 지난달 31일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관련 수사는 국방부로 이관됐고, 성추행 사건 발생 3개월 만인 지난 2일에서야 피의자 B중사가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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