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조차 직장을 선택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면 선거와 같은 정치적 행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는 즉흥적 호불호의 감정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보수진영과 야권에서 불고 있는 '이준석 바람' 또는 '이준석 현상'에 대한 해석의 단초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보수진영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결과입니다. 국민의힘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면 당을 바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중도와 젊은 층을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강경·보수 이미지의 올드한 나경원·주호영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며 중도적인 젊은 이준석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대선 승리가 절실한 보수세력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내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는 진중권이 "반페미니즘과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만 있을 뿐 콘텐츠가 없다"고 이준석을 아무리 비판해도 먹혀들 리 없습니다. 나경원이 "끊임없이 여성과 남성을 가르고 세대를 가르는 등 트럼프처럼 분열의 리더십을 보인다"고 욕해도 이준석에 대한 지지율은 더 오를 뿐입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때를 만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정치검사'라도 윤석열처럼 때를 만나면 일약 대선후보로 떠오릅니다. 이준석도 때를 만났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ICT(정보통신기술) 혁명의 가속화는 부의 양극화를 촉진하며, '자유'보다는 '빵'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역시 이준석과 보수진영에는 유리합니다. 내년 대선 판세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