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이모씨(26)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커플룩'을 구매하려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같은 브랜드에서 출시된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임에도 불구하고 원단의 두께나 마감, 재질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같은 옷'이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가격이 같은데 재질이 다른 것은 문제 아닌가"라고 했다.
편의점·정부기관 등 일부 업체를 둘러싼 젠더 갈등이 의류업계로 번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서 '여성 의류가 재질이 나쁘고 비싸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일부 브랜드의 불매운동으로까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여성 의류의 마감 등이 미흡했을 수 있다"면서도 "성별에 따라 제작방법이 다른 것은 아니다"고 했다.
6일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에 남성용 의류와 여성용 의류가 전시돼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여성 의류의 경우 남성 의류와 디자인과 구성비가 비슷해도 가격이 5000원~1만원가량 비싸다. A브랜드의 폴로티셔츠의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목에 칼라(옷깃)가 있고 폴리에스터 비율이 30~40%로 비슷했으나 여성 의류의 가격이 1만원 높았다. B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는 같은 오버핏 디자인에 면100%로 구성됐으나 여성의류가 3000원 비쌌다.
일부 커뮤니티서 이같은 주장이 확산되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에도 한 의류 브랜드가 여성용 슬랙스를 남성용 슬랙스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본사가 공식 사과하고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브랜드 측은 "두 제품의 차액은 원자재 금액을 포함한 원가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최근 여성 고객들 중에서도 남성 의류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남성 의류가 튼튼하고 원단의 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남성 의류는 원단이 튼튼해 이너(안에 입는 옷)라도 여성들이 아우터(겉옷)으로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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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에 옷이 전시돼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남성 소비자들은 디자인보다 원단이 얼마나 질긴지, 세탁은 잘 되는지 등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 마감처리와 원단 혼방율이 여성 의류와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최근 기능성을 중시한 여성 의류가 잇따라 출시되는데다 남성 소비자들도 디자인을 신경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이건 남자 옷, 이건 여자 옷' 식의 구분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남녀차별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최근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한 의류 브랜드의 관계자는 "지난해 '남녀차별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같은 재질과 같은 디자인이면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성별에 따라 제조 방법을 다르게 하거나 재질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