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데자뷰' 재계 소통 나선 靑…'이재용 사면' 노무현 공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6.04 05:30
글자크기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계 5개 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계 5개 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뉴스1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정부 경제정책의 키를 쥔 사령탑이 잇따라 재계와의 소통 강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굳은 얼굴을 펴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말에 들어 '경제'를 화두로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정부가 얼마만큼 파격 행보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김 총리와 경제5단체장의 3일 회동은 전날 진행된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간 오찬 간담회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업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라는 얘기다. 문 장관과 이 실장도 같은 취지에서 오는 4일 5대 그룹 사장단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기업 행보에 변화의 기미가 포착된 것은 지난 3월 말 문 대통령이 기업 규제 혁신에 대한 활발한 소통을 주문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 국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한 데 이어 전날에도 4대 그룹 대표를 만났다. 문 대통령이 재계와의 소통에 앞장서면서 정부 핵심인사들도 잇따라 기업 현안 청취에 나서는 분위기다.

재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현 정부가 그동안 줄곧 기업 현안에 미지근했던 것을 돌이키면 격세지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대통령과 총리가 주재한 모임에서 모두 일자리나 투자 주문보다는 각종 현안 청취가 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정부의 입장이 유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왕 소통에 팔을 걷어붙인만큼 최근 회동이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와 기업인의 만남이 실행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포토세션'이라는 비판도 적잖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사진 맨오른쪽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사진 맨오른쪽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 52시간제부터 기업 규제 3법, 중대재해법 등 제도적으로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투자를 요청한다고 해서 경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며 "투자 활성화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확실히 보내려면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최근 행보가 참여정부 임기 말과 비슷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임기 초반에는 재벌 개혁을 내세워 기업 규제에 무게를 뒀지만 임기 말 경제 현안이 부각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국내 기업의 성과를 목격하면서 순환출자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여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임기 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미간 경제동맹이 부각되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성과와 역할을 확인하면서 기업에 대한 인식을 조정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재계의 잇단 회동을 두고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여부를 둘러싼 여론 타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날 김 총리와 경제5단체장 회동에서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이 사면됐다.

정치권 한 인사는 "청와대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경제에 올인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로 이 부회장 사면론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고 최근 회동은 여론 청취 등 명분 쌓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타이밍이 중요한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