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계 5개 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뉴스1
김 총리와 경제5단체장의 3일 회동은 전날 진행된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간 오찬 간담회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업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라는 얘기다. 문 장관과 이 실장도 같은 취지에서 오는 4일 5대 그룹 사장단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현 정부가 그동안 줄곧 기업 현안에 미지근했던 것을 돌이키면 격세지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대통령과 총리가 주재한 모임에서 모두 일자리나 투자 주문보다는 각종 현안 청취가 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정부의 입장이 유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사진 맨오른쪽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최근 행보가 참여정부 임기 말과 비슷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임기 초반에는 재벌 개혁을 내세워 기업 규제에 무게를 뒀지만 임기 말 경제 현안이 부각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국내 기업의 성과를 목격하면서 순환출자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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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임기 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미간 경제동맹이 부각되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성과와 역할을 확인하면서 기업에 대한 인식을 조정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재계의 잇단 회동을 두고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여부를 둘러싼 여론 타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날 김 총리와 경제5단체장 회동에서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이 사면됐다.
정치권 한 인사는 "청와대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경제에 올인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로 이 부회장 사면론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고 최근 회동은 여론 청취 등 명분 쌓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타이밍이 중요한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