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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3년 이어온 최태원 SK 회장의 독한 실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6.0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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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3년 이어온 최태원 SK 회장의 독한 실험




한 때 '착한 기업 마케팅' 아니냐던 의심도 받았던 SK 그룹의 실험 여정이 3년째 지속중이다. 사회적 가치를 화폐처럼 정량화한 작업으로 최태원 그룹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이의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는 것은 물론 표준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는 등 작업규모를 더욱 키워 나가고 있다.

3일 SK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SK 그룹 3대 주력사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이 모두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발표했다. 이들의 사회적 가치 합계는 총 6조6139억원으로 전년(5조6314억원) 대비 17.4% 늘었다. SK하이닉스가 4조8874억원, SK텔레콤이 1조9457억원, SK이노베이션이 -2192억원을 기록했다.

SK 각 계열사는 2019년부터 매년 5~6월 전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발표해왔다. 올해로 3년째다.



최 회장은 2016년 그룹 경영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딥체인지 화두를 꺼낸 뒤 이를 실행할 방법 중 하나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 추구, 즉 더블바텀라인(DBL) 구체화에 힘을 쏟았다. 기업이 창출해 낸 사회적 가치를 수치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경영계는 물론, 학계, 회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SK의 사회적 가치는 크게 세 부분으로 측정된다.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가치인 경제간접 기여성과 △제품과 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인 사회공헌 사회성과다.

SK의 이같은 노력은 경영학 대가 피터 드러커의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지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도 지난달 27일 '2021 P4G 서울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 기조강연에서 연사로 나서 기업의 환경 외부효과 측정을 강조하며 "외부효과가 측정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환경 이슈에 대한 논의를 더 진척시키기 불가능하다"며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광범위하고 경제적 영향들을 화폐단위로 정량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이렇게까지…" 3년 이어온 최태원 SK 회장의 독한 실험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법은 기존 재무제표에만 치중했던 사고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최 회장이 포럼에서 "석탄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격은 1KWh(킬로와트시) 5센트지만 전기 생산과정에서 지구 온난화로 환경이 파괴되고 사람들의 건강을 해친 사회적 비용 8센트는 이 가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숫자에 민감한 경영진에는 이같은 작업이 쉬운 발표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3년째 강행하는 것은 공표의 목적이 '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주요 3사 중 유일하게 사회적 가치가 역성장했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전년 대비 30% 넘게 급감해서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정유기업 대부분이 큰 폭의 손실을 기록, 경제간접 기여성과 항목 중 하나인 '납세'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1조원 넘게 손실을 보는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개선되고 있단 점은 고무적 대목이다. 태생상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할 수밖에 없는 업종인데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저감 설비 신설, 친환경 연료 전환 등 노력이 반영됐다. 물론 공장 가동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또 친환경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나는 와중에 최근 2년간 고용인원을 1300명 늘림으로써 고용에서 7000억원에 가까운 사회적 가치를 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물과 전기 등 환경비용은 제조업의 특성상 SK하이닉스에게도 숙제다.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회사 측은 올해 "전사적으로 자원 재활용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단위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절대적 배출량이 늘었다는 점에 대해 송구수럽다"고 밝혔다.

SK에서 환경 비용은 지출로 계산되는데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단위환경비용을 계산한 값을 곱해 총량을 내는 식이다.

한 SK 관계자는 "이같은 사회적 가치 계산 체계가 있고 또 그 결과를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50% 반영키로 하는 만큼 경영자 입장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등 수치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또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어쩔 수 없이 더딘 성과를 낼 수 밖에 없다면, 다른 사회공헌이나 벤처육성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는 등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K는 스스로 아직 이 지표가 완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전에 직접 실행하고 논의하면서 지표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 독일 바스프 등과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서 이 작업을 진행중이다. VBA는 ESG 화폐화 측정 글로벌 표준개발을 위한 글로벌 민간 기업 협의체로 2019년 설립됐다.

또 SK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이라는 사회적 가치 측정 연구조직을 별도로 두면서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개발·구축 중이다.

사회적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해야할 일처럼 보이지만 민간 기업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오랜 고민과 철학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가치의 정량화가 어렵고 복잡해보이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봤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의 국제회계기준(IFRS)도 200년에 달하는 기간동안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진화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산출 방식에 대해 다수 동의를 얻고 객관성을 담보받기 위해 한 두 해 수준이 아닌, 더욱 장기적 관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궁극적으로 이 제도가 자리를 잡고 선순화를 만들어 내려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토대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SK가 솔선수범 차원에서 다른 사회적 소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에 대해 매년 수 백억원의 인센티브, 즉 사회성과 인센티브(SPC)를 주고 있지만 민간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최 회장은 포럼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은 기업이 환경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투자 성과에 비례해서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라며 "기업이 환경이슈를 투자와 수익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기폭제가 돼 혁신적인 사업 발굴과 기술 개발의 가속화,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고, 친환경 사업의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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