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FDA가 승인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는 알츠하이머 기전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에 따라 발생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의약품이었다. 도네페질, 메만틴, 도네페질·메만틴 복합제, 리바스티그만, 갈란타민 등이 그간 증상 완화 의약품으로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젠은 2020년 7월 아두카누맙 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으나, 알츠하이머라는 미충족 수요가 큰 질병의 첫 치료제이기 때문에 우선 검토 대상으로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승인에 유리한 리뷰 결과를 발표했다. FDA는 당시 리뷰에서 "아두카누맙이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없다"며 "또 동일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다른 약물들이 실패한 것과 달리 임상시험을 적절하게 디자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FDA 자체 평가와 달리 외부 전문가들의 승인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FDA 자체 리뷰와 달리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6일 최종적으로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반대했다.
같은 디자인으로 설계된 두 건의 임상 3상인 '이머지'(Emerge)와 '인게이지'(Engage)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두 임상 모두 저용량을 투여한 환자에는 효과가 전혀 없었지만, '이머지' 임상에서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 중 일부에서 효과가 나왔다. '인게이지' 임상에선 고용량 투여 환자에서도 효과가 없었다.
아두카누맙이 오는 7일 열리는 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최소 조건부 승인이라도 받을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에도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이 허가를 받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2026년 매출 전망치로 5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바이오젠과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692,000원 ▲11,000 +1.62%)도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규모는 약 5000만명으로 아두카누맙이 품목 허가를 받을 시 CMO 기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두카누맙 허가 시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역시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치매치료제 관련 제약사로는 아이큐어, 대화제약, 퓨쳐켐, 명문제약, 신신제약, 피씨엘, 메디프론 등이 꼽힌다.
아이큐어 (2,040원 ▼75 -3.55%)는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개량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공동 개발사인 셀트리온과 각각 자체적으로 임상에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용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인 '도네시브패취'(도네리온패취)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퓨쳐켐 (12,990원 ▲180 +1.41%)은 국내 최초로 알츠하이머 진단 시약을 개발한 업체로 알츠하이머 진단 수요가 늘어날 경우 성장이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아밀로이드 PET-CT를 찍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잘 보이도록 조영제를 넣는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DA 자문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아두카누맙' 승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시장 전반에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나 조건부 승인 등의 결정이 나올 경우 바이오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