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도지코인' 산 중국인, 수십억 됐는데 거래소가 없어졌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6.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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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이 4년 전 도지코인에 투자해서 가격이 200배가량 상승했지만 거래소가 사라지며 수익이 숫자로만 남게 됐다. 수십억원이 묶인 상황이다.

투자자 주씨의 한 중국 TV와 인터뷰 장면 /사진=중국 인터넷투자자 주씨의 한 중국 TV와 인터뷰 장면 /사진=중국 인터넷


지난 2일 중국 베이징TV에 따르면 투자자 주씨는 2017년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투자해, 개당 약 0.02위안(약 3.4원)에 도지코인을 매수했다. 주씨는 도지코인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장기보유할 생각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4년도 못 돼서 도지코인은 200배 가까이 상승했고 10만 위안의 투자금은 천 몇 백만 위안(약 25~26억원)으로 불어났다. '파이어(FIRE)' 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하지만 주씨는 이를 현금화 할 수 없었다. 그가 도지코인을 매수했던 비윈커지(幣雲科技) 거래소는 이미 폐쇄됐고 거래소 홈페이지는 열리지가 않았다. 주씨가 매수한 암호화폐(가상자산)는 얼마나 상승했든 간에 숫자에 불과하게 됐다.



도지코인 가격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캡쳐도지코인 가격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캡쳐
비윈커지거래소는 중국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유명했던 거래소였지만 이미 폐쇄됐다. 중국 기업정보사이트인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비윈커지거래소를 운영하는 베이징 비윈커지유한회사는 2014년 설립됐으며 주요 업무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다.

치차차에 따르면 비윈커지유한회사는 2019년 8월 30일 이사회의 해산결의로 사업자등록이 말소됐다. 대주주인 장타오송은 상기 회사의 지배주주로서 최종 수익인이었으며 지분 비율은 63.4%에 달했다.

주씨는 투자한 도지코인을 현금화할 수도 없고 거래할 수도 없으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사방으로 수소문하던 차에 비윈커지유한회사의 직원이었다는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주씨가 투자한 도지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옮길 수 있는데 50%만 옮길 수 있으며 게다가 수수료 등 처리비용으로 20%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30%만 옮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30%마저 현금화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말에 주씨는 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20억이 넘는 자산이 3분의 1로 쪼그라드는 것도 감당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베이징비윈커지는 거래소 폐쇄 후 투자자들한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똑같은 대주주가 베이징쥐리엔시대과기라는 신규 회사를 설립했다. 주씨는 이 회사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회사 측은 장타오송, 베이징비윈커지 및 도지코인은 베이징쥐리엔시대와 아무 관계도 없고 회사도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법률서한만 발송했다.

처음 주씨는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향후 도지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소송을 해도 소송가액은 10만 위안의 투자원금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 댓글에서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매수 후 어플을 삭제하고, 샀다는 사실조차 잊고 10년 후에 다시 확인했더니...결국 거래소가 도망갔다"는 등의 댓글을 올리는 등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뢰성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은 비트코인을 암호'화폐'가 아닌 암호'자산'으로 규정하고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시켰고, 그러자 몇몇 거래소들은 해외로 옮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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