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번엔 '청록수소' 투자, 韓 수소 선택지 늘어난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6.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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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래스카에서 가동 중인 모놀리스의 청록수소 생산설비./사진=SK(주)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가동 중인 모놀리스의 청록수소 생산설비./사진=SK(주)


SK그룹이 이번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의 중간 단계 격인 '청록(turquoise)수소'로 분류되는 수소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탄소를 고체화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본격적인 수소 양산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의 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그룹은 투자전문 지주사 SK㈜를 통해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Monolith)에 투자했다고 3일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핵심분야인 친환경 수소사업 확장에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계약금액은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수소업계는 지분매입 단가가 수백억원 단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모놀리스는 SK(주)의 수소사업 추진 상황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주)는 이번 계약을 통해 모놀리스 이사회 의석도 확보했다.

이번 투자에는 미국 최대 신재생에너지기업 중 하나인 넥스트에라 등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놀리스는 2012년에 설립됐다. 독자개발한 반응기에 천연가스를 주입한 뒤 열분해하는 방법으로 고순도의 수소와 고체탄소를 생산한다.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양산 공장을 완공했고 전세계서 유일하게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공정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비 확장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모놀리스의 수소생산기술은 업계서는 다소 생소한 '청록수소'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어떻게 배출하느냐에 따라 편의상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랙수소 등으로 분류된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수소가 궁극의 친환경 수소인 그린수소다. 그 다음 단계가 천연가스 등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되 거기서 발생되는 탄소를 별도로 모아서(포집) 처리하는 블루수소다. 그레이와 블랙수소는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이 많고 처리 방식이 취약한 수소를 말한다.


SK가 이번에 투자한 청록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되, 탄소를 고체상태로 분해한다. 기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블루수소보다 친환경 쪽으로 진일보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 생산이 그레이나 블랙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수소 양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청록수소는 블루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탄소포집·저장(CCUS) 공정을 거치지 않아 생산비용이 적다. 또 그린수소에 비해서는 적은 전력량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SK(주) 관계자는 "블루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넘어가는 전환 과정의 전략적 대안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모놀리스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체탄소를 이용해 타이어와 기계용 고무부품 필수 원료인 카본블랙(Carbon Black)을 생산한다. 글로벌 타이어업계를 중심으로 친환경 고체탄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향후 높은 수익도 기대된다. 수소 생산비용은 줄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탄소를 통해서도 별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수소까지는 사실 갈 길이 멀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와 수전해 기술 상용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K(주)의 청록수소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는건 이 때문이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연 28만톤 규모 청정수소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주)가 핵심이다. 수소 생산방식 다변화, 수요개발 확대, 글로벌 시장 선점 등 다각적으로 수소사업 육성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번 청록수소 투자로 청정 수소 리더십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SK㈜는 작년 말 그룹차원의 수소사업 전담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관계사 역량을 결집해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월엔 SK E&S와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수소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사 지분 약 1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K㈜ 관계자는 "모놀리스 투자를 통해 SK㈜는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청정 수소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포트폴리오를 한 발 앞서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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