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임상 재개하는 K-바이오, 신뢰 되찾을까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6.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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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딛고 임상 재개하는 K-바이오, 신뢰 되찾을까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과거 고배를 마셨던 임상시험에 재도전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연이어 임상 시험에 실패하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문제로 번진 상황에서 한계를 보완해 재개하는 임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 (34,450원 ▼850 -2.41%) 글로벌 파트너사 이뮤노반트는 IMVT-1401(한올바이오파마 연구명 HL161)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017년 이뮤노반트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HL161의 미국과 유럽 지역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이뮤노반트는 갑상선안변증·중증근무력증·용혈성빈혈에 대해 IMVT-1401의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지난 2월 갑상선안변증 임상 2b상에서 투약환자들이 저밀도지단백(LDL) 수치 상승을 보이자 임상을 일시 중단했다.

이뮤노반트는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IMVT-1401의 투여량과 LDL 수치가 비례한다고 봤다. 또한, 임상 참가자 중에서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는 LDL 수치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약방법·주기를 변경하고 필요한 경우 스타틴 계열 약물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보완 임상은)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스템바이오텍 (2,975원 ▲125 +4.39%)은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의 임상 3상에 재도전한다. 퓨어스템은 동종 제대혈 줄기세포 아토피 치료제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퓨어스템을 1회 투약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2019년 임상 3상 후 통계 분석 과정에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퓨어스템에 동결 제조기술을 적용해 세포의 활성을 최적으로 유지하고, 임상 과정에서 병용하면 안 되는 약물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이를 승인받아 국내 15개 병원에서 308명(시험군 205명, 위약군 103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달 첫 환자에 투약을 시작해 2023년 8월 임상을 마치고 2024년 제품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치료제가 냉장보관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활성화가 떨어질 수 있다"라며 "필요한 만큼 활성화된 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도록 냉동보관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치료제 보관 외에 임상 참가자 규모를 확대하고 치료제 투약군도 늘렸다"며 "문제가 된 것들을 보완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가 과정에서 성분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거나 임상시험 관리상 문제가 드러나며 논란을 일으켰던 업체들도 임상을 재개했다.

코오롱티슈진 (11,540원 ▲320 +2.85%)은 연내 미국에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임상 3상에 다시 들어간다. 올 4분기 환자 투약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다.

인보사는 2019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고 진행하던 중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를 받을 당시 기재했던 것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FDA도 임상 3상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승인받았다. 회사는 신장유래세포가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헬릭스미스 (4,410원 ▼15 -0.34%)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 3-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2019년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엔젠시스 투약군 중 일부가 위약(가짜약)을, 위약군 일부가 엔젠시스를 투약 받는 혼용이 발생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CRO를 바꾸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 주관에 맡겼던 통증 기록에 전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대규모 제약사도 4~5번의 임상 3상 실패 끝에 성공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임상 실패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실패한 임상을 재개하는 것은 바이오 업계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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