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회사, 잘나가는 미래에셋-고전하는 한화생명..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6.0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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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생명사진=한화생명


GA(법인대리점)업계 1위를 표방하며 출범한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반쪽짜리'라는 혹평 속에 고전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미래에셋생명의 판매자회사와는 달리 다른 생명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어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4월 월 초회보험료 약 65억원을 기록했다. FP(재무설계사) 인당 평균 소득은 전월에 비해 약 70만원 증가했다.

통상 대형 GA의 월 초회보험료가 20억~30억원대 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한화생명이 판매자회사를 분사하기 전 매월 평균 69억원대의 실적을 올렸다는 점과 공격적인 상품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평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부터 초기 환급율이 높은 '넘버원종신보험'과 '간편넘버원종신보험'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대형 생명보험 3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분리)를 통해 GA업계에 진출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총자본 6500억원, 임직원 1300여명, FP 1만9000여명을 갖춰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하지만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GA보다 적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현재 9개 손해보험사와 제휴해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생보사 상품은 한화생명 것만 팔고 타사 상품은 팔지 않는다.

다른 GA들이 거의 대부분의 생·손보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속 설계사는 한 회사의 상품밖에 팔지 못하지만 판매전문회사가 되면 다른 보험사의 상품도 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한화의 생명보험 상품 밖에 팔지 못하는 것은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미래에셋생명의 판매자회사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손보사 상품을 비롯해 다른 생보사 상품도 판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 3~4월 평균 월납 초회보험료 20억원을 기록했다. 설계사 평균 소득은 약 100만원 늘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은 주력 상품이 변액보험이고 수익률 등 강점도 확실하다 보니 전 생보사 상품을 팔게 해도 자사 매출에 타격이 적다"며 "반면 한화생명은 기존에 특별한 주력 상품 없이 전 상품을 다 팔았기 때문에 다른 생보사 상품을 팔게 하면 한화생명 상품의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다른 생보사 상품을 언제 팔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만 판매하던 전속 조직을 그대로 물적 분할해 판매전문회사를 설립했으므로 영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전속 물량을 늘려 회사 전반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아직 다른 회사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며 " 손보 상품의 판매가 안정화된 시점에 생보 상품에 대한 추가 제휴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의 제판분리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사 인력 이탈이 일어날 경우 영업 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어서다. 메리츠화재나 미래에셋생명은 수년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자사형GA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 끝에 판매채널을 분리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1000여명의 영업관리인력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현재와 같은 근로조건으로 이동시켰다. 인건비가 상당한 정규직 영업관리 인력을 판매전문회사 소속 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비용절감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셈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설계사의 첫해 수수료를 제한하는 '1200%룰' 시행으로 GA 소속 설계사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리크루팅이 쉽지 않다"며 "거꾸로 GA에서 전속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어났기 때문에 인력 이탈을 막으면서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본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어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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