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소장/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에서 만난 최재순 소장은 연구소 개소 후 9년을 정리해 달라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의학과 공학 그리고 이를 실물로 구현하는 정밀 제조기술의 융합이 의공학연구소라는 용광로에서 빛을 내기까지 과정이 지난 9년이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이 연구소의 수장으로 선임된 최 소장의 경력 자체가 이 같은 9년의 축약판이었다. 그는 융합형 공학자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원에서 의용생체공학협동과정 석·박사를 마쳤다. 서울아산병원에 오기 전, 미국 4대병원으로 꼽히는 클리블랜드클리닉과 국립암센터, 고려대의대를 거치는 사이 로봇공학과 생물학, 전자공학,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인 '바이오메카트로닉스 (bio-mechatronics)'가 그의 연구 기반기술이 됐다.
그는 공을 병원에 돌렸다. 최 소장은 "9년전 의공학연구소 조직 자체를 처음 만든 것이 아산병원이었고, 의사가 아닌 공학자에게 의공학연구소 소장을 맡긴 것도 우리 병원이 최초"라며 "융합을 실용화할수 있는 조직과 개발과 임상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시너지를 낼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3박자가 맞물린 셈"이라고 말했다. 화려하고 거창한 것 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이 병원의 '실용주의' DNA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로봇의 개발에는 최 소장이 창업한 의료로봇 스타트업 엘엔로보틱스도 협력한다. 정밀기계 기술력이 있는 넥스턴바이오가 로봇 제조 부문을 맡고 엘엔로보틱스가 개발과 임상을 맡는 구조다. 최 소장은 "의료로봇 부문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개발 모델"이라며 "그동안 국내 개발 모델은 규모가 큰 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의공학연구소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비뇨기 내시경 시술 보조 로봇, 경구강 수술 보조 로봇 등도 강소기업들과 협업해 개발 중이다. 이 역시 모두 탐색임상 진입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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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공학, 기업이 손을 맞잡고 탄생할 한국형 의료로봇이 겨냥할 시장은 막대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에 따르면 2017년 123억달러(약 13조63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의료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390억달러(약 43조2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와 엘엔로보틱스등이 개발 중인 심혈관 관련 로봇시장 규모만 2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시장 도약 관련, 최 소장은 "가능성 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의료로봇 시장은 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로 유명한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사실상 다빈치 단일 품목으로 장악한 상태인데, 다른 의료부문 로봇에서는 '블루오션'이라는 것. 의공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로봇 관련, 세계적으로도 덩치가 작은 스타트업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최 소장은 "로봇과 개발과 임상 과정에서도 선진시장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의사들의 능력도 우수한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의료로봇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가고 선진시장이 쫓아오는 것도 꿈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