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번호판 의무화'에 뿔난 라이더들 vs "교통법규 안 지켜 당연"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6.02 05:00
글자크기
번호판을 위로 구부려 알아볼 수 없도록 한 배달 오토바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번호판을 위로 구부려 알아볼 수 없도록 한 배달 오토바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음식 배달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에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다. 오토바이 전면번호판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찬반의견이 엇갈린다. 안전상 이유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부터 이 기회에 라이더들의 배달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륜차 전면번호판 부착 의무화와 이륜차 제작·수입·판매자가 번호판 부착에 필요한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음식 배달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덩달아 라이더의 교통법규도 폭증해서다. 지난해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약 58만건으로 전년대비 86.9% 증가했다. 중앙선침범 130.8%, 신호위반 150.6% 등 중과실 요인도 크게 늘었는데 음식배달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번호판에 흙바르고 90도로 구부려...체인으로 가리기도
늘어난 단속에 일부 라이더들 사이에선 꼼수도 횡행한다. 흙이나 접착제를 번호판에 발라 식별이 어렵게 만들거나 일명 '순대'로 불리는 체인 자물쇠를 늘어뜨려 번호를 가리는 식이다. 일부 라이더는 아예 번호판을 90도 가까이 위쪽으로 구부려 육안이나 카메라로 인식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은 오토바이 불법 주행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도로교통공단에 현행 단속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서울시와 세종시도 국토교통부에 오토바이 등 이륜차 번호판을 앞에 부착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을 건의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 요구 및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 요구 및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하지만 라이더 단체에서는 전면번호판을 발의한 박 의원을 성토하고 나섰다.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만으로는 교통법규 위반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전면번호판은 오토바이 운행 안전성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 전면번호판 사고위험 커 반대
라이더유니온은 "전면 번호판은 대인 사고시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고, 오토바이는 공기저항에 민감해 핸들이 돌아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박홍근 의원은 전면번호판을 달면 단속이 쉬워져서 사고율이 낮아질 거라는 단순한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호를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안전배달료 도입, 번호판도 없이 일을 시키는 배달대행사 퇴출, 오토바이 정비시스템 정비 등에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실제 오토바이 전면번호판 부착은 2006년과 2013년 정치권에서 법안이 발의됐지만 안전상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일부 라이더를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운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번호판을 훼손한 라이더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기도 한다. 배달 종사자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라이더들은 "평소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전면번호판 발의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법을 안 지키는 일부 라이더들 때문에 선량하게 신호 지키는 라이더들만 피해를 본다", "솔직히 라이더 욕먹는 이유는 운전을 너무 막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개선할 필요는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TOP